통영·거제환경련, 통영 용남면 내포 해안서 10만 평 군락 발견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통영 용남면 내포 마을 일대에서 멸종위기 야생식물 제37호로 지정된 ‘애기등’이 대규모로 발견됐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김일환 사무국장은 23일 “내포 일대에서 이달 들어 여러 차례 생태 조사를 벌인 결과 애기등 군락(群落)을 찾아냈다”며 “크게 세 군데로 나뉘어 있고 도로와 해안을 따라 10만 평 남짓 펼쳐져 있다”고 밝혔다.

▲ 통영 용남면 내포 마을 일대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식물 제37호 ‘애기등’ 군락.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제공
김 국장은 이어 “지난 22일 국립 환경과학원과 국립 수목원의 식물 전문가 2명이 와서 공식 확인했다”며 “경남·전남 바닷가에서만 자라는 애기등 군락 발견은 이번이 처음이며 규모도 엄청나다”고 말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이날 홈페이지에 이 사실을 공개했는데 “애기등은 덩굴나무라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데도 내포 군락은 별나게도 다른 나무보다 우세한 자리를 차지(우점화)하고 있으며 2세 번식에도 성공해 곳곳에서 어린 애기등을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작은 사진은 애기등 잎.
콩과 덩굴나무로 키가 작은 애기등은 개체수가 적고 보존가치가 높다는 이유로 야생동·식물보호법에 따라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돼 있는데 몰래 파내거나 거래하는 사실을 신고하면 그루당 10만원을 정부에서 줄 정도로 보호를 받고 있다.

김 국장은 “생태 조사 결과 내포 일대에는 애기등 군락뿐만 아니라 천연기념물인 수달의 서식지와 고란초 같은 희귀식물이 자라고 종다양성이 풍부한 생태계 ‘보고’임이 확인됐다”며 “일대 바닷가와 야산을 통째로 보호지역으로 지정하자는 사업을 벌이겠다”고 했다.

통영시는 일대 35만평 땅에 27홀 크기로 골프장을 짓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주민 동의를 받는 단계며 곧바로 경남도에 도시계획 변경 승인 신청을 낼 계획이다. 이번에 ‘애기등’ 군락 발견에 따라 통영시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눈길이 쏠리게 됐다.

통영시 관계자는 “애기등 군락을 발견했다는 얘기는 오늘 들었다”며 “관광 수익 증대를 위해 현안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인·허가까지 받은 다음 민간 사업자를 지정하는 식으로 골프장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환경부 관계자는 “현장 확인 보고가 들어오면 종합적으로 검토해 통영시에 보존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청하든지 하겠다”며 “멸종위기 야생식물은 2급이든 1급이든 모두 보존 가치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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