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이리 와 같이 놀아.” “그래 영진아, 그림책 읽어 줄까,”
김미진(가명,9),현진(7),영진(3) 자매가 중리종합사회복지관에 온 것은 지난달 2일. 마산시 아동청소년과에서 중리복지관이 운영하는 그룹 홈 시설인 ‘사랑의 나눔터’에 맡길 수 없느냐고 부탁이 들어온 것이다.
그룹 홈이란 보육원 등 일반 수용시설과는 달리 규모를 작게 해 틀에 박힌 규율보다는 아이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함으로써 가정적 분위기를 유지하는 시설을 말한다.
중리복지관이 운영하는 그룹 홈은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허름한 단층 슬래브집인데 아이들과 함께 먹고 자면서 돌보는 60대 할머니가 도우미(보모)로 있다.
“처음 올 때는 꾀죄죄한 게 차마 볼 수 없을 정도였어요. 옷차림도 남루했지요.”
이곳에 오기 전 미진 자매는 마산 진동에서 살았다. 어머니(29)는 이혼해 먼저 떠났고 아버지(32)는 중국집 배달원을 하며 단칸방에서 아이들을 키웠다. 중국집 배달원이란 게 일만 고되고 벌이는 그다지 시원치 않은 것이어서 아이들은 거의 방치된 채로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장사가 잘 안된다는 까닭으로 반쯤은 실직 상태에 있었다.
아버지는 미진 자매를 이 곳에 맡기고 열심히 일을 해서 언젠가 생활 기반을 잡게 되면 아이들을 찾으러 오기로 했다.
초교 3학년에 다니는 맏이 미진은 구구단은 물론 한글 받아쓰기도 제대로 못한다. 아버지가 일 나가고 나면 똥오줌도 가리지 못하는 막내 영진의 뒷바라지를 위해 학교에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살던 집에 가봤는데, 어휴 사는 게 아니었어요. 4명이 어떻게 잤을까 싶은 작은방에 빨릿감과 설거지 그릇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방은 눅눅한데다 나쁜 냄새도 진동했지요.”
미진과 현진은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언니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막내 영진은 도우미 할머니가 보살펴 준다. 방과 후 오후 시간의 반나절은 주변 마산대학과 제일고교 언니,오빠들이 찾아와 학습,인성지도를 함께 해준다.
때때로 나들이도 나가고 영화나 프로야구를 보러 가기도 하며,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한다. 건강검진도 달마다 받고 있으며 매주 특별한 먹을거리를 챙겨주는 후원자도 3명이나 된다.
“여기요, 참 좋아요. 방도 크고 놀 것도 많고요.” 아이들은 따뜻한 보살핌과 물질적 배려가 함께하는 이 곳 생활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아버지 어머니가 보고 싶지 않느냐고는 차마 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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