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치 말라’

여야 국회의원 175명이 서명한 ‘사형제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올해 2월18일 국회법사위원회에 상정됐으나 아직도 통과되지 않고 있다.

지난 15대와 16대 국회에서도 사형제 폐지에 관한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상정도 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던 일이 있다.

   
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04년 현재 80여개의 국가가 사형제를 완전 폐지했고 15개 국가는 전쟁 범죄를 제외한 모든 범행에 대한 사형제를 폐지하였으며, 23개 국가는 최근 10년간 공식적으로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형제가 폐지되지 않고 있는 78개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1997년 12월 일괄적으로 23명에 대한 사형 집행을 실시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건의 사형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사형제 존치론자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흉악한 범죄를 막기 위해서 사형제는 반드시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흉악범이라고 할지라도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을 뿐만 아니라 만에 하나 사법적 오판의 경우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사형제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에서 100명이 넘는 사형수가 처형 후 무죄가 입증되기도 하고 그들 중 일부는 형 집행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방면된 사례도 있다.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사형제도란 정치적인 억압 수단으로 변질, 악용되어 왔던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형제가 범죄 억제효과가 없다는 것은 사형제를 존치하는 나라에서도 전혀 흉악 범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형벌의 목적이 ‘교화에 있느냐, 아니면 보복에 있느냐’에 따라 존폐에 대한 명분이 달라진다. 만약 형벌이 보복에 있다면 사형제는 존치되어야 하지만 교화에 있다면 사형제는 폐지되어 마땅하다.

왜냐하면 사형의 집행은 교화의 대상이 소멸되어 형벌의 목적을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통사회에서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보복이 목적이었지만 오늘날과 같은 민주사회에서는 형벌의 목적이 보복이 아닌 교화에 있다.

민주화과정에서 사형제도는 흔히 정적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으며 전세계적으로 사회적 약자들, 특히 빈곤한 자, 정신 장애인, 또는 인종적, 종교적, 윤리적 소수 집단에 속하는 자들에게 가장 많이 적용되어 왔다.

특히 처형 대상자 중 상당수는 법적인 자기 방어능력이 없는 사람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대적인 흐름이기도 한 사형제 철폐는 학계 내부에서도 이미 폐지 쪽으로 결론이 내려진 상태다. 죄는 미워도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인간존엄정신에 비추어 사형제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

△ 경향신문 9월28일자 ‘마지막이어야 할 사형선고’

△ 부산일보 3월29일자 ‘사형제 폐지는 보다 신중하게’

/김용택 (마산 합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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