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의 유형 가운데 ‘피처(feature)기사’라는 게 있다. 언론학 교본은 이를 ‘평범하지 않은 독특한 소재, 또는 평범하지만 관심을 끌 수 있는 소재를 통해 흥미제공을 목적으로 쓰는 읽을거리 기사’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대개 딱딱한 서술구조로 사실만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와 상대적인 개념으로 쓰인다.

   
최근 인터넷 도민일보(idomin.com)에는 이런 피처기사의 목적에 적절히 부합하는 기사가 연달아 실렸다. 임봉규 객원기자가 출근길 버스정류장과 그 주변에 나붙은 ‘오빠 미안해’라는 벽보를 보고 쓴 기사였는데, 기자 스스로도 놀랄 만큼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제가 한 사람에게 상처를 줬습니다.…그래서 이렇게 용서를 구합니다. 오빠, 정말 내가 잘못했어”라는 벽보의 내용이 신파적 요소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요즘 같은 인스턴트 시대에 분홍색 도화지라는 소품 또한 순애보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오빠 미안해’에 쏠린 관심

손전화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함께 딱 네 문장으로 작성된 짧은 기사가 전국의 화제로 부각되는 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도민일보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포털사이트 드림위즈에 인기기사가 되는가 싶더니, 역시 제휴사인 노컷뉴스와 오마이뉴스를 통해 삽시간에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의 인기순위 1~2위를 차지해버렸다. 각 기사에 달린 댓글도 1000개를 훨씬 넘어섰고, 2보, 3보가 나갈 때마다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다.

기사에 붙은 수천건의 댓글 중 부정적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런 것도 기사가 되냐”에서부터 “자작극이 분명한데, 검증도 않고 기사를 싣는 신문사가 수상하다”는 반응과 함께 “지금 농민들은 피흘리며 투쟁하고 있는데 이런 기사나 올리는 신문은 대체 뭐냐”는 자못 심각한 지적까지 올라왔다.

물론 농민들의 투쟁은 외면하고 이런 기사만 실었다면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무겁고 심각한 뉴스의 틈새에서 잠시 기분을 전환하고 머리를 식힐 수 있는 피처기사의 기능도 가볍다고 할 순 없다.

인터넷 도민일보가 ‘잘 나간다’고 하니 전국의 지역일간지와 서울의 인터넷매체에서 전화를 통해 ‘비결’을 물어오는 일이 간간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서슴없이 “신문은 결국 기사의 질”이라고 대답한다. 기사가 차별화되지 않으면 제 아무리 인터넷 사이트를 잘 꾸며봤자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객원기자의 활약 덕분이다.

인터넷 도민일보에는 3000여명의 회원이 있는데, 그 중 150명 정도가 임봉규 기자처럼 객원기자로 활약하고 있다. 창원 대방동에 사는 조영숙 객원기자는 지역의 주요현안과 쟁점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주장으로 쓰는 기사마다 수 천회에서 1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고, 미국 웨스턴켄터키주립대학에 교수로 재직 중인 성준기 객원기자는 미국사회의 풍속도와 조국에 대한 그리움 등을 기사화하여 역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대학생인 김윤희 객원기자는 요즘 젊은이들 답지 않은 진지한 시각으로 세태를 진단하는 기사를 쓰고 있고, 정형외과 의사인 이재율 객원기자는 전문성이 부족한 의료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올려 공감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농민으로서 농업정책에 대한 분노를 게시판에 표출하고 있는 김순재씨, 시를 올려주고 있는 남양인, 기사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을 해주고 있는 열린세상,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글로 반향을 얻고 있는 김진환씨 등 ‘게시판 논객’들도 인터넷 도민일보를 활성화시킨 주인공들이며, 혁신도시 기사 한 건에 무려 700건이 넘는 댓글을 올려주신 이들도 모두 넓은 의미의 객원기자들이다. 따라서 인터넷 도민일보에 오면 기사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조선일보에 제공하기 싫은데요"

객원기자들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7일 오후 <조선닷컴> 홍 아무개라는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빠 미안해’ 기사를 써서 자기들 인터넷신문 세 번째 기사로 올려놨는데, 도민일보의 사진을 인용해서 쓸 수 없느냐는 거였다. 보기 좋게 한방 먹일 기회였다. 망설임 없이 “조선일보에는 제공하고 싶지 않은데요”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알았어요, 알았어. 좀 키워주려고 했더니 안 되겠네”하며 냅다 전화를 끊었다. ‘키워주려던’ 조선일보를 물먹인 사람, 그가 바로 경남도민일보 객원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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