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리역~광려천교 2.4km 은행잎 수북…불법 주차로 ‘눈살’

“‘보행권 회복’이란 아직은 낯선 단어다. 하지만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더 나은 수준의 보행 환경이 요구되고 있다. …… ‘보행권’이 곧 ‘나의 권리’임을 알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 가을 분위기에 마음껏 빠질 수 있는 창원 중앙로변의 낙엽거리(왼쪽)와 차들이 인도를 점령해 버려 시민들이 맘 편하게 걸을 수 없는 마산 내서읍 중리역 네거리에서 광려천교까지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아주 대조적이다./유은상 기자
지난 9일 마산YMCA에서 열린 ‘마산시 보행환경 실태와 개선방향’ 세미나 자리에서 발제자로 나선 ‘걷는 사람들’의 최명씨가 주장한 내용이다.

이처럼 보호받아야 할 ‘걸을 권리’가 마산시의 무관심으로 침해당하고 있는 곳이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더군다나 이 거리는 조금만 가꾸면 ‘낙엽거리’로 조성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시민들은 입을 모은다.

<경남도민일보> 8일자 4면에 보도된 ‘낙엽 밟으러 창원 가야 하나’ 기사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는 오모(32·마산시 내서읍)씨는 마산에도 낙엽거리가 되기에 충분한 곳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오씨는 마산시의 무관심이 훌륭한 낙엽거리를 걷기조차 힘든 거리로 만들어 방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5일 오씨가 말한 현장, 마산시 내서읍을 찾았다.

마산시 내서읍 중리역 네거리에서 광려천교까지 2.4㎞ 4차로 구간 양쪽으로는 은행나무 가로수가 길게 늘어서 있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때문인지 이미 인도에는 노랗게 변한 가로수들이 떨궈 놓은 은행잎들이 수북이 쌓였다.

걸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하며 샛노란 잎들이 만든 풍경이 주민들 말대로 낙엽거리로 손색이 없을 정도. 아이들은 머리위로 은행잎을 뿌리며 놀고 있고 낙엽을 방석 삼아 인도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주민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이 거리에는 ‘보행권’이 없었다. 앞서 최명씨가 주장한 ‘편히 걸을 수 있는 권리’가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었다. 인도 위에 일매지게 늘어선 불법 주·정차 차량들 탓이다. 물론 단속사각지대다.

승용차, 승합차에서 대형 화물차까지 수 십대의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보행자가 사용해야할 인도를 주차장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버스를 기다리던 정모(45)씨는 “인도에 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데도 해당 관청에서 단속하는 꼴을 못 봤다”며 불만이 대단했다. 정씨는 “조금만 신경 쓰면 참 예쁜 거리가 될 텐데 여유를 즐기며 걷기는커녕 차를 피해가며 걷느라 딴 생각할 틈이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

같이 있던 이모(44)씨도 한마디 거들었다. 이씨는 “주차차량 모조리 단속하고 난 다음에 차로 쪽으로 울타리 치고 낡은 보도블록만 바꾸면 창원 낙엽거리 못지 않은 가로수길이 될 것”이라고 시정에 훈수를 들었다.

이와 관련, 마산시는 본보 ‘낙엽 밟으러 창원 가야하나’ 보도 이후 낙엽거리 후보지를 물색했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고 15일 밝혔다.

하지만 내년에는 도심 공원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가을정취를 만끽할 만한 낙엽거리를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했다. 마산시가 과연 약속을 지킬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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