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알고 보니]이수경 조합원(문화생활부장)

여성 조합원을 만날 때면 자주 성희롱 곤혹을 떠올리며 조심스러워진다는 첫마디로 10일 오후 4시 문화생활부 이수경 조합원(사진 )을 만났다.

   
◇ 커리어 우먼

‘커리어 우먼’…. 선∙후배들에게서 종종 들어온 첫인상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첫 질문에 “들어봤다. 활발하게 일하는 여성으로 봐줘서 좋다”는 답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한다.
“매사에 계속 쉬지 않고 집착해서 일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꼭 해야 될 일은 최선을 다해 하고, 놀 때는 놀고 하는 스타일”이라며 평소 생활 스타일을 내비춘다.

가사 일 때문에 1년 6개월을 쉬고 지난 3월 다시 복직한 이 조합원은 쉬었던 기간을 빼고는 대략 15년차 되는, ‘햇병아리’ 기자들에게는 대고참인 ‘왕언니’인 셈이다.

휴직 전 교육청소년팀장을 맡아 최규정 조합원과 함께 ‘알찬 교육면’을 만들었던 이 조합원은 복직후 문화생활부장직을 맡았다. 복직 후에도 현장직을 원했다는 이 조합원은 솔직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회사 사정도 있고 해서 지금을 최선을 다할 뿐이란다.

물론 교육팀에 있을 때는 둘이서 외근 하면서 같이 기획하고 취재하니까 현장감이라던지 여러 면에서 장점이 있었는데 내근을 하니까 아무래도 현장 취재를 못하다보니 부원들과의 생각의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어 조금은 아쉽다고 한다.

물론 마음대로 안되는 부분이나 뜻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 문화부의 분위기는 ‘캡’이라고 한다.

◇ 극장에서 시작한 ‘인연’…

다들 알다시피 이 조합원은 정학구 연합뉴스(경남매일 1기) 기자와 지난 92년 11월 22일 결혼을 해 초교 6학년 딸과 3학년 아들을 둔 결혼 13년차다.(그러고보니 정학구 기자는 구주모 편집국장∙박정희 논설위원과 동기, 대 선배다.)

둘의 인연은 지극히 극장과 병원, 두 곳으로 갈린다.

지난 90년 겨울 극장표가 두개 생겨 같이 영화 보러갈 사람을 구하던 중, 당시 사회부 기자 중에는 김성갑(전 시민사회부장)∙정학구 두 명의 기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전수원 팀장이 “정학구 기자는 오늘 쓴 기사도 없는데 같이 영화나 보러가지”라고 해 영화를 보러 갔다고 한다. 그 때 본 영화는 노보편집실장은 듣도 보도 못했던 <인터걸>이라는 재미없는(?) 영화!

이후 이 조합원이 91년 <소년경남> 만들 던 것을 뒤로 하고 편집국 교열부와 문화생활부로 발령이 나면서도 서로 영화를 좋아하다보니 간간이 ‘극장 데이트’를 했다.

▲ 지난 4월 무학산 정상에서 도민일보 식구들과 '촬칵!'
◇ 병원에서 꽃피운 ‘사랑’…

하지만 두 사람간의 ‘애정 전선’은 폭풍처럼 그렇게 다가오지 못했다. 이 조합원은 장녀라서 ‘늦은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고,그렇게 그냥 매일 부닥치는 존재(?)로서만 다가왔었다고 한다.

하지만 92년 2월께 우연히 영화를 또 같이 보러 간 날 이 날이 때마침 이 조합원의 생일! 서로 마음에 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또 결혼을 빨리 해야 하는 입장을 듣으며 결혼 상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단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단순한 러브 스토리’. 불과 3일 뒤엔가 정학구 기자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병원에 입원한 지 1주일 쯤 뒤 “양쪽 다리 불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이미 사회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둘이서 사귀는 갑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는데, 별 진척 없는 둘 사이의 상황에서 사고가 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었다.

어머니와 상의한 뒤 “만나는 사람이니 가봐라”는 얘기를 들었고, 병원을 옮긴 뒤 6개월 가량 자주 ‘운명의 병원’을 찾았다.

6개월 뒤 퇴원할 무렵 지금의 시어머니가 마음에 들어하며 결혼을 종용했고, 본인하고 얘기도 없었는데 결혼을 지금 확답하지는 못하겠다하고 일단 말문을 닫았다.

그리고 퇴원 직전 경남대 앞에서 여진히 목발을 짚은 정학구 기자와 막걸리를 한 사발 했고, 그 자리에서 정학구 기자가 “그 동안 마음 불편하게 해서 미안하다”며 일종의 ‘프러포즈’를 한 것. 막걸리를 마신 후 두 사람은 92년 당시 화제의 영화 <애인>을 봤고, 이후 한달만에 결혼, 급하게 하는 바람에 ‘제주도 허니문’은 꿈도 못꾸고 관광버스를 타고 설악산으로 다녀왔단다.(그런데 영화 <애인>을 본 극장에 지금은 퇴사한 김현식 부장과 황원호 차장 둘이 왜 영화 <애인>을 같이 보러왔을까? 지금도 궁금증, 팍팍!!)

◇ 이젠 좋은 선배∙데스크로

다시 ‘전쟁터’로 돌아온 이수경 조합원. 이젠 평기자가 아닌 데스크로 더욱 어깨가 무거워졌다. 날카롭고 갑갑할 것 같은 유형과 기획도 잘 하고 후배들을 잘 챙겨줄 것 같은 유형 중 어느 쪽에 가깝냐는 질문에 “내가 어딜봐서 갑갑?”이라 반박하며 후자에 가깝다고 말하는 이 조합원.(선배, 사실 저도 후자 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웃지 않으면 냉철(?)하게 보이는 면이 있어 날카롭게 보일 수는 있지만 ‘갑갑’하다는 데는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다.

이 조합원은 이야기를 많이 하는 후배들이 좋으며 많은 대화를 하며 민주적인 부서를 운영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야기 안하는 후배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선배를 많이 괴롭혀 선배들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다 꺼집어 내 장점은 살리고 단점 빼, 자기 것으로 잘 승화시켜야 훌륭한 기자가 될 수 있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이야기를 잘 안하는 후배는 나쁘게 말해 자기가 잘 났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다르게 말하면 사교성이 떨어진다고 따끔한 충고도 빼놓지 않는다.

이제는 데스크를 맡다보니 노동조합 간부로서의 참여는 힘들겠지만 각종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이수경 조합원.

15년 걸어 온 길을 다 뒤쫓아가려면 몇일간 얘기를 들어도 끝이 없겠지만… “선배 내일 노보 나와야 하거든요.”

이 인터뷰를 본 후배들은 다들 이렇게 말할 겁니다. “선배들이여, 기다려라! 내가 선배를 괴롭히러 간다.”

/박근철 노보편집실장

[도미니 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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