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씨 말리는 재선충 멀쩡한 나무 베고 또 베고…

이렇다할 치료방법이 없어 한번 감염된 소나무는 1년내에 100% 고사해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 재선충병. 이 소나무 재선충병이 도내 산야를 감염시키며 전국을 긴장속으로 몰고가고 있다.

▲ 남해 고두마을 도로변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가 색이 바랜채 죽어가고 있다.
피해면적만도 이미 5000㏊를 넘어섰고, 제거하거나 고사된 소나무만 100만그루에 달하고 있는 재선충병은 지난해 전국 38개 시·군·구까지 확산된데 이어 올해 들어 강원도 강릉·동해시 등 13개 자치단체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등 백두대간을 위협하고 있다.

10일 오전 사천시 곤양면 검정리 소나무 재선충 벌목현장.

24개팀, 200여명이 투입돼 감염목 600그루를 제거하기 위한 기계톱날이 돌아가면서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소나무 재선충병과의 한판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전기톱을 들이대자 1분도 채 안돼 아름드리 소나무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힘없이 땅으로 쓰러진다. 이어 쓰러진 소나무를 작업반원들이 다시 40~50cm 간격으로 잘라내자 30~40년생 소나무들이 채 20분도 안돼 통나무로 변한다.

24개 전담팀 200여명, 피해 확산 저지 위해 벌목 한창

작업을 하고 있는 현장 곳곳에는‘재선충 감염목 이동 금지’라고 쓰인 펼침막과 경고판이 나 붙어 있어 소나무 재선충병의 위력을 실감케 하고 있다.

감염목 제거작업에 참여한 이종화(44)씨는 “나무가 성장하는데 지장이 되는 나무는 수도 없이 베어냈지만, 이번처럼 멀쩡한 소나무를 베어내는 것은 처음”이라며 “다른 소나무를 지켜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지만 아름드리 소나무를 내 손으로 제거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600여그루의 감염목을 제거하기 위해 현장 감독에 나선 사천시청 녹지공원과 재선충 담당인 조명철(37)씨는 “솔잎혹파리의 피해가 재래식 폭탄이라면 재선충은 핵폭탄에 해당된다”며 “이번 벌채작업을 잘 끝내고 방제작업을 철저히 벌이면 1~2년내에 사천지역은 소나무 재선충병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 사천 검정리에서 재선충 전담팀이 600여 그루를 베어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88년 부산 금정동물원 일본원숭이 우리 소나무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울산과 양산을 시작으로 빠르게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소나무 재선충병은 지난 6월 안동을 거쳐 무려 100㎞나 떨어진 강릉까지 확산돼 백두대간을 위협하고 있다.

경남지역에서는 지난 1997년 10월 함안군 칠원면 용산리에서 최초로 발생해 진주(98년), 통영(99년), 양산·사천(00년), 거제·김해·김해·밀양(01년), 마산·고성·하동·창녕·창원(04년) 등을 거쳐 올해 남해·의령·함양 등지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도, 지난해 대책본부 설칟올 9월부터 특별법 시행

특히 현재까지 감염목이 발생되지 않은 산청·거창·합천군과 조기발견으로 방제 후 감염목이 추가로 발생되지 않은 의령·함양군 등 5개 군 지역은 계곡 및 오지 등 취약지역을 선정, 예찰활동을 강화하는 등 감염저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도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현재 소나무 재선충 감염목은 사천이 7만360그루로 가장 많고, 이어 진주(4만1941그루), 거제(2만3608그루), 함안(2만1803그루), 김해(2만670그루), 양산(1만535그루), 고성(1만36그루) 등의 순으로 모두 23만여그루에서 발생, 현재까지 18만1000여그루를 제거하고 4900여그루는 방제 작업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도는 지난해 12월 소나무 재선충 방제대책본부를 설치, 운영하는 것과 함께 재선충병 확산의 주요 원인인 감염소나무류의 이동을 막기 위해 지난 9월부터 감염지역에서 소나무 반출을 막는 것을 골자로 한 ‘재선충병 방제 특별법’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도내 17개 시·군 135개 읍면동 42만7000여㏊를 소나무 반출금지구역으로 지정했으며, 마산 동마산 나들목 등 41개소에 단속초소 설치, 무단이동 단속초소 20개소 운영, 산불감시원 2700여명 등 모두 3200여명을 예찰요원화 해 반출과 예찰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결과 현재까지는 반출금지구역에서 소나무류를 반출하다 적발된 건수가 1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같은 적발수치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각 지자체의 강력한 단속의지와 산림에 인접한 도민들의 소나무 재선충병에 대한 위기의식이 없는 한 헛고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김해와 양산시가 재선충 방제에 소극적이라며 산림청으로부터‘기관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에 반해 함안군은 1만1000여그루에서 발생했던 감염목이 적극적인 방제 덕택에 1800여그루로 감소해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여하에 따라 우리 소나무를 지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산림청 관계자는 “선출직 단체장들이 각종 개발에는 적극적인 반면 예산과 인력 부족을 들어 방제에 소홀한 것이 확산의 중요한 한 원인”이라며 최일선의 자치단체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 방제 소홀…“전주민 위기의식 가져야”

재선충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사천시는 지난 2000년 10월 축동면 사다리에서 최초로 200여그루에서 발생해 지난 10월말 현재 동서금동을 제외한 전 읍·면·동에서 7만360그루가 발생, 이중 3만8480그루를 방제처리 했다.

또 시 13개 읍·면·동 3만9602ha에 대해 소나무 반출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함양국유림관리소에 위탁방제를 하는 등 오는 12월말까지 9억4600여만원을 투입해 나머지 3만1880그루를 방제한다.

남해군은 지난달 11일 창선면 가인리 고두마을 주변임야에 소나무 재선충이 발생된 이후 모두 8800여그루가 피해를 본 가운데 남해읍 평현지구 등으로 확산조짐을 보여 이를 차단키 위해 130여회의 시료채취와 3억3430만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단목제거 및 훈증작업 등을 통해 1500여그루를 방제하는 등 산림 관계 부서가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강원대 산림자원보호과 이찬용(61) 교수는 “소나무 재선충을 허술하게 대처하다간 한반도에서 소나무는 다 사라질 것”이라며 “전 국민들이 나서 모든 소나무의 이동과 이식을 막고 재선충 방지 수칙을 숙지, 감염목을 신속히 신고하는 등 소나무 살리기에 동참해야 재선충으로부터 우리의 소나무를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1mm도 안 되는 벌레로 솔수염하늘소를 통해 소나무에 침입한 뒤 급속히 증식되면서 수분 이동통로를 막아 나무를 고사시킨다.

아직 이렇다 할 방제약이나 천적이 없어 한번 감염되면 100% 고사하기 때문에 ‘소나무 에이즈’로 불린다.

솔수염하늘소와 공생관계인 재선충은 한 쌍이 6일만에 20만마리로 늘어날 정도로 번식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감염목 방제를 위해서는 고사된 나무를 베어낸 뒤 1~2m 크기로 쌓고 훈증제를 뿌린 뒤 비닐을 씌워 목질 내부의 솔수염하늘소 유충을 없애는 방법이 주로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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