魚(어)~이사가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이럴 때 사용하는 건가 봅니다. 그런데 이놈들이 새집에서 잘 적응을 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창원 용지호수 1만6000여평(5만4000㎡)에는 약 5만마리(무게 2.5t)의 물고기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호수가 이처럼 과밀화되다 보니 물이 탁해지고, 외래어종이 생태계까지 교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물고기가 대거 이사할 계획이다. 대대로 살아왔던 집을 떠나 30년만에 떠나는 셈이다. 10일 현재 붕어·잉어·쏘가리·준칟가물칟민물장어·자라 등 각종 토종물고기 약 2만마리(무게1t)가 동읍 주남저수지로 옮겨지고 있다. 창원시는 16일까지 약 2만마리(무게 0.5t)를 더 이주시킬 예정이다.

개체수 줄이기 프로젝트

이들 물고기는 주남저수지에 방사되기 전에 동읍에 있는 인근 축양장에서 2~3개월 동안 주남저수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적응훈련을 거친다. 고기들이 물이 고여있는 호수에 있었던데다, 시민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먹다보니 운동부족으로 자생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물고기들 가운데는 무게 12㎏, 길이 1m나 되는 우량 고기가 있는 반면, 작은 놈들은 먹이를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린 것처럼 바싹 말랐다.

이사 비용만도 1500만원이다. 정치망 등 그물 6개, 배 2척(0.5t), 물차 2대, 스킨스쿠버·어업인·공무원 등 매일 10명이 동원되고 있다. 그러나 10㎝미만의 치어는 앞으로도 계속 용호동에 남아있게 된다. 특히 배스·블루길·붉은귀거북·청거북 등 외래물고기와 관상용인 비단잉어는 이사는커녕 이사 전 죽게 된다. 거북류는 불타 없어지고, 나머지 외래어종은 삶아서 돼지사료로 이용된다.

이번 이사는 시가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벌이는 용지호수 생태계 복원과 깨끗한 수질관리를 위한 ‘물고기 개체수 줄이기’프로젝트에 따른 것이다.

블루길 등 외래종은 폐기

시는 10년전에 일부분 개체수를 조정하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종합적인 개체수 조정이 이뤄지기는 지난 74년 창원이 생긴 이후 약 30년만에 처음이다.시는 과거 수질이 1~2급수였던 것이 현재는 3급수로 나빠졌고, 외래어종이 20%정도로 급증해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용지호수의 외래어종과 붉은귀거북이 등은 예전에 불교도들이 방생차원에 호수에 넣은 것이며, 비단잉어는 일부 시민들이 집에서 키우다 버릴 곳이 마땅치 않아 용지호수에 버린 것으로 추정했다.

시 관계자는 “과거 1·2급수에 서식하는 새우류가 많았는데 지금은 개체수가 너무 많아 이를 찾아 볼 수 없다”며 “이번 개체수 조정을 통해 수질을 2급수로 높여 호수를 시민들의 좋은 휴식처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균 수심 2.6m, 둘레 1.7㎞, 담수량 12만t인 용지호수는 농업용수로 이용되다 90년대 초 공원으로 조성돼 하루 3000명의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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