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볼수록 맛나는 동화



영국작가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는 컴퓨터에 빠진 아이들을 책으로 돌리게 만들었다는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서 시작된 어린이 책 시장은 팬터지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 어린이책 출판 경향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예전과 비교해서 팬터지 기법을 사용한 동화들이 매우 많이 나타났고, 어린이 문학,성인문학 가릴 것 없이 팬터지는 크게 성장했어요.

지난해 어린이 문학계에서는 2000년대를 대표할만한 우리동화가 나왔다고 큰 흥분을 했었죠. 그중 하나는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었고, 다른 하나가 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이었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팬터지의 기법을 빌려쓰고,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닭의 세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었기에 독자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괭이 부리말 아이들〉은 평론가들의 주목은 끌었지만 독자들에게는 그리 큰 관심을 받지 못했었답니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못사는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작품들은 예전에도 많이 쓰였고, 우리들은 ‘지지리 궁상떠는 이야기’라며 애써 외면하던 이야기랍니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면 왜 평론가들이 그렇게 칭찬을 했는지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괭이 부리말〉은 인천 만석동의 저소득층 주거지역 이름입니다. 우리 지역으로 말하면 마치 월영동 해방촌 지역이라고 보면 될 거예요. 작가는 여기서 10년째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동네 아이들의 이야기를 썼답니다.

한 부모가정의 아이들, 아버지의 술 주정을 피해 달아난 아이들, 본드를 마시고, 물건을 훔치는 아이들, 돈이 없어 학교에 더 이상 다닐 수 없는 아이들, 재개발로 집을 잃고 갈곳을 잃은 사람들 이런 동네 아이들의 이야기를 아주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괭이부리말에서 자랐지만 괭이부리말을 벗어나고 싶었고, 열심히 해서 괭이부리말을 떠났지만 교사가 되어 발령 받은 곳이 자신이 자랐던 괭이부리말인 선생님 명희와 평범하게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기술자로 생활을 하던 영호가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아이들과 삶을 가꾸어나가는 이야기가 군더더기 없이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답니다.

이 동화는 읽으면 읽을수록 맛이 나는 동화입니다. 처음에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한번 읽고 나면 지금까지 읽었던 동화와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가끔씩 생각날 때 제일 먼저 손이 가는 동화이기도 해요. 꼭 한번 읽어보세요. 김중미(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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