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 일상에서 우주를 깨닫다”

“김달진은 중국의 선사들이 추구한 평상심의 추구를 시의 경지로 승화시킨 시인이다. 그는 자신을 비우는 것이 어떠한 수행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제10회 김달진문학제 기념행사로 열린 문학 심포지엄.
지난 5~6일 진해에서는 시인 김달진의 문학 세계를 알리고 기리는 제10회 김달진문학제가 김달진문학관 개관식과 함께 열렸다.

5일 오후 1시30분 선생의 생가 마당에서 ‘진해 곰메’의 길놀이와 터밟기에 이어 웅동초등학교 학생들의 합창이 이어졌으며, 2부 개관기념식에서는 김병로 진해시장과 시의회 의원들, 문인,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2부 개관기념식과 3부 축하공연이 진행됐다.

기념 행사의 하나로 5일 오후 열린 ‘불교사상과 노장사상의 문학적 초월’이라는 주제의 ‘문학 심포지엄’에서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은 ‘한국인의 종교적 특성과 신인본주의’에 대해 기조강연하고,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종교와 문학의 동시적 초월’에 대해 기조발제 했다.

이어 이숭원 서울여대 교수는 ‘시와 선이 만나는 길’, 이희중 전주대 교수는 ‘이성선 시에서 나비의 의미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토론을 벌였다.

김달진은 1934년 금강산 유점사에서 김운악 주지스님을 은사로 득도했으며, 나이 30세에 유점사 공비생으로 오늘날 동국대학교인 중앙불교전문학교에 입학했다.

또 창원남중학교 교장 퇴임 후 봉선사 주지이자 역경원장이었던 이운허 스님을 법사로 모시고 동국대학교 동국역경원의 심사위원이 되어 고려대장경 번역사업에 작고할 때까지 몰두한 것은 그의 삶의 처음이자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던 불교와의 깊은 인연 때문으로 불법은 그의 문학 세계와 떼놓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다.

이숭원 교수는 김달진의 문학에 대해 “평상심을 시적 표현으로 승화시킨 거의 유일한 시인”이라고 칭했다.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 일상의 삶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양상을 시로 표현하는 것도 시와 선이 통하는 길이라고 강조한 이 교수는 지극히 일상적인 단면을 시의 소재로 끌어오는 일에서 선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사람들 모두/산으로 바다로/新綠철 놀이 간다 야단들인데/나는 혼자 뜰 앞을 거닐다가/그늘 밑의 씬냉이꽃 보았다.//이 우주/여기에/지금 씬냉이꽃이 피고/나비 날은다 (<씬냉이꽃>)

‘숲 속의 샘물을 들여다본다./물 속에 하늘이 있고, 흰 구름이 떠 가고, 바람이 지나가고,/조그마한 샘물은 바다같이 넓어진다./나는 조그마한 샘물을 들여다보며/동그란 지구의 섬 위에 앉았다. (<샘물>)’

이 두편의 작품에서 일상적 생활의 국면에서 지각하게 되는 우주론적 평상심의 터득 과정을 볼 수 있다는 이 교수는 우주의 섭리가 무슨 대단한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존재들의 운행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의 한 귀퉁이에 한 인간은 뜰을 거닐고 어떤 인간은 산으로 들로 꽃구경 가고 그와 대등하게 씬냉이꽃은 피고 씬냉이꽃을 좇아 나비가 날아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요즘 젊은 시인들의 작품에도 불교적 사유를 서정화하는 사례가 많이 보인다며, 이때 선적인 직관은 불교적 사유와 시를 매개하고 점화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김달진문학관 개관기념 특별시화전은 이달 말까지, 특별전시회인 김달진문학제 10년 자료 전시전은 내달 말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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