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 놓인 장롱은 고집으로 가득 차 있다/비녀를 빼지 않은 어머니의 팔십 평생/오늘도 오동나무는 안으로 결을 세운다//손이 귀한 집 손자는 언제 보냐고/벽오동 한 그루를 담장 아래 심었을/외가댁 어른들 한숨이 손끝을 저며온다//(후략)(<장롱의 말> 일부)’

   
문학평론가 고명철 광운대 교수는 발문에서 “시간과 함께 어우러지는 인간사의 자연스러운 맛인 ‘곡절맛’, 이달균은 우리의 삶에서 스러져가는 이 곡절맛을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는 지 모를 일이다”며 “시간을 견디는 언어와 곡절맛을 인위적이지 않은 욕망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시적 욕망을 품는다”고 설명했다.

‘비겁하다 나여! 나는 은유였고 이미지였네//생의 가면을 벗고 정면으로 깨어지는//명쾌한/일도양산이//두려웠기 때문이네(<불혹 이후> 전문)’

생의 가면을 벗고 생의 진솔한 풍경들과 만나고 싶었던 시인은 이러한 시적 욕망을 특히 <양반타령> <나는 말뚝이로소이다> <비비타령> <큰 어미 타령> <별사> 등 ‘고성오광대’를 주제로 한 장편 서사시조를 통해 노래하며 민중의 희로애락을 담아내고 있다.

‘갓끈도/풀어버리고/반상 굴레 벗겨놓고/고쳐야 할 법 있으면/법고 들고 법 고치고,/법고 치다 꼴리거든/벗고 치고 벗고 치고/냇갱변/포강배미 허물 벗듯/활씬 벗고 놀아보세(<나는 말뚝이로소이다> 부분)’

1957년 함안에서 출생한 이달균 시인은 1978년부터 마산에서 동인활동과 지역문학운동을 해왔으며, 1999년 6인 시조집 <갈잎 흔드는 여섯 악장 칸타타>, 2001년 <북행열차를 타고>를 현대시조 100인선으로 펴냈다. 고요아침 펴냄, 104쪽,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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