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지키라는 거야 어기라는 거야”

국가보안법 위반자에게는 철저하게 준법을 강조하면서 법무부장관이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행사하면 안 된다는 주장은 무슨 괴변인가? 한나라당을 비롯한 이 나라 보수언론은 원칙도 기준도 없는 이중적인 잣대로 법해석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 지난 6월 강정구 교수갖한국전쟁을 평화전쟁’이라고 규정한 것을 두고 보수언론이 국가보안법에 저촉된다며 색깔공세를 펴면서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자료사진

△ 한겨레 10월 18일 '그들의 자유민주주의는 어떤 것인가'

학자적 양심에서 주장한 강정구 교수에게는 서슬 퍼런 공안논리를 들이대고 법무부장관의 정당한 권리행사는 검찰의 중립을 훼손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국보법 폐지를 의도하는 정권이 북한 정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법을 집행하는 기관을 무력화시켜 국가의 정통성을 흔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두고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니 ‘대여 구국투쟁’이니 하며 색깔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검찰총장의 사표로까지 이어진 이번 사건은 지난 6월 인천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한국전쟁의 역사적 재조명과 맥아더의 재평갗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강정구 교수가 ‘한국전쟁을 통일전쟁’이라고 규정한데서 비롯됐다. 학자가 학문과 양심의 자유에 따라 발표한 주장을 보수적인 언론이 국가보안법에 저촉된다며 색깔공세를 펴면서 사회문제로 비화된 것이다. 세계는 지금 냉전시대의 굴레를 벗고 실리추구를 위한 경쟁의 시대로 탈바꿈하고 있다.

△ 중앙 10월 19일 '나라 존립을 걱정하는게 왜 수구보수냐'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비추어 국가보안법이라는 냉전논리로 학자의 주장을 문제 삼고 나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국가보안법이란 국회에서 개정과 폐기여부를 놓고 논란까지 벌였던 법이다. 금강산관광을 비롯해 개성공단설립 등 남북경제협력 시대가 열리면서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국가보안법이란 사실상 사문화된 법이다.

이번 강교수의 파동은 마치 지동설을 주장하다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온갖 곤욕을 치른 갈릴레이를 연상케 한다. 12·12쿠데타에 대해서는 기소유예처분을 내리고, 5·18 광주학살에 대해서는 공소권없음 결론을 내렸던 검찰이다.

지금까지 독재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마다하지 않던 검찰이 법무부장관의 정당한 법집행을 검찰권 독립훼손 운운하고 총장이 사표까지 제출한 행위는 앞뒤가 맞지 않다. 법의 정의를 세워야 할 검찰이 약자 앞에서는 강하고 강자 앞에서는 비위를 맞추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과거를 국민 앞에 사죄하고 스스로 거듭나야 한다.

보수언론과 한나라당 또한 철지난 색깔론을 들고 나와 학문과 양심의 자유를 억압할 것이 아니라 시비를 가려 국론분열을 막아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함과 아울러 검찰을 비롯한 사법부의 개혁을 신속히 추진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제도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김용택 (마산 합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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