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흔적’ 부족한 제목들 많아 아쉬워
청소년 시기에 문학작품 공모에 응모하는 일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작품을 쓰는 일도 보내는 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고등부 운문부에서는 마산 성지여고 김태은양의 <패배>와 진주제일여고 차화진양의 <할머니의 골목길>이 팽팽한 대결을 펼쳤다. <패배>는 시험과 입시에 대한 압박감을 현실적으로 잘 표현했고, <할머니의 골목길>은 할머니의 말을 빌려 투박한 경상도 방언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어떤 작품에 으뜸상을 주어도 좋았다. 그러나 <패배>는 청소년의 눈으로 자신의 세계를 활발하게 노래했다는 점이 인정되어 으뜸상으로 결정됐다.
중등부 운문은 으뜸상, 버금상 모두 비슷한 수준이었다. 진주 삼현여중 양서영양의 <등불>과 거창 마리중 김지선양의 <그래도 한가위>는 어둔 현실을 보는 눈이 따뜻했고, 마산여중 김지현양의 <지금은 전송중>은 휴대폰에 몰입된 중학생들의 현주소를 풍자하는 솜씨가 뛰어났다. 그 중에서 <등불>이 시의 구성력이 가장 뛰어나 으뜸상의 영예를 수상했다.
고등부 산문부문은 잘 익은 수필보다는 설익은 콩트와 소설 형식의 작품이 많이 투고 되었다. 산문은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바탕에 깔려야 읽는 이를 감동시킬 수 있다. 본선에 진출된 작품들은 모두 감동을 담고 있었다.
특히 <패배의 교훈>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수작이었다. <패배의 교훈>은 초등학교 시절 달리기에서 쓰러졌던 패배담이었지만 가장 수필의 묘미를 살린 작품이어서 으뜸으로 뽑았다. 버금으로 뽑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글쓴이의 동생에 대한 이야기다. 진솔한 자매간의 애정이 감동적이어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중등부 산문은 고등부 산문에 비해 청소년들의 일상을 차분하게 담은 작품들이 많았다. 으뜸으로 뽑은 <내 마음의 벽을 없애는 작은 변화>는 발랄하고 청순한 글쓴이의 내면이 섬세하게 묘사되고 홈스테이 경험을 토대로 한 정신적 성숙이 빛났다.
버금 <수학시간>은 순수하고 깨끗한 동심을 잘 표현하고 있어 심사위원들을 즐겁게 했다.
응모작 전체적으로 작품의 제목을 정하는 데 고민하지 않은 작품이 많았다. 문학작품에 있어서 제목은, 사람으로 치자면 이름과 같다. 작품의 제목은 자신의 이름을 짓듯이 신중해야 하며 작품내용을 가장 압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문장부호도 마찬가지다. 문장부호도 엄연히 문장 속의 하나인데 너무 가볍게 다루는 작품들도 많았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작품은 수상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가가 중요하다. 자신의 이름과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이름을 밝히며 쓰는 글은 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입상한 학생들에게는 축하를, 탈락한 학생들에게는 위로의 인사를 전한다. 탈락했다고 그 뿐이 아니라 내 작품이 왜 탈락했는가에 대한 진지한 반성도 좋은 글쓰기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심사위원/정일근(시인·울산작가회의 회장) 최영철(시인·부산작가회의 부회장) 정규화(시인·경남작가회의 고문)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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