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흔적’ 부족한 제목들 많아 아쉬워

제4회 경남 청소년 문학상은 예년에 비해 다소 적은 작품이 접수됐다.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의 응모가 훨씬 많았으며, 작품수준의 편차가 심해서 입상권에 드는 작품은 쉽게 추려졌다.

청소년 시기에 문학작품 공모에 응모하는 일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작품을 쓰는 일도 보내는 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고등부 운문부에서는 마산 성지여고 김태은양의 <패배>와 진주제일여고 차화진양의 <할머니의 골목길>이 팽팽한 대결을 펼쳤다. <패배>는 시험과 입시에 대한 압박감을 현실적으로 잘 표현했고, <할머니의 골목길>은 할머니의 말을 빌려 투박한 경상도 방언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어떤 작품에 으뜸상을 주어도 좋았다. 그러나 <패배>는 청소년의 눈으로 자신의 세계를 활발하게 노래했다는 점이 인정되어 으뜸상으로 결정됐다.

중등부 운문은 으뜸상, 버금상 모두 비슷한 수준이었다. 진주 삼현여중 양서영양의 <등불>과 거창 마리중 김지선양의 <그래도 한가위>는 어둔 현실을 보는 눈이 따뜻했고, 마산여중 김지현양의 <지금은 전송중>은 휴대폰에 몰입된 중학생들의 현주소를 풍자하는 솜씨가 뛰어났다. 그 중에서 <등불>이 시의 구성력이 가장 뛰어나 으뜸상의 영예를 수상했다.

고등부 산문부문은 잘 익은 수필보다는 설익은 콩트와 소설 형식의 작품이 많이 투고 되었다. 산문은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바탕에 깔려야 읽는 이를 감동시킬 수 있다. 본선에 진출된 작품들은 모두 감동을 담고 있었다.

특히 <패배의 교훈>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수작이었다. <패배의 교훈>은 초등학교 시절 달리기에서 쓰러졌던 패배담이었지만 가장 수필의 묘미를 살린 작품이어서 으뜸으로 뽑았다. 버금으로 뽑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글쓴이의 동생에 대한 이야기다. 진솔한 자매간의 애정이 감동적이어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중등부 산문은 고등부 산문에 비해 청소년들의 일상을 차분하게 담은 작품들이 많았다. 으뜸으로 뽑은 <내 마음의 벽을 없애는 작은 변화>는 발랄하고 청순한 글쓴이의 내면이 섬세하게 묘사되고 홈스테이 경험을 토대로 한 정신적 성숙이 빛났다.

버금 <수학시간>은 순수하고 깨끗한 동심을 잘 표현하고 있어 심사위원들을 즐겁게 했다.

응모작 전체적으로 작품의 제목을 정하는 데 고민하지 않은 작품이 많았다. 문학작품에 있어서 제목은, 사람으로 치자면 이름과 같다. 작품의 제목은 자신의 이름을 짓듯이 신중해야 하며 작품내용을 가장 압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문장부호도 마찬가지다. 문장부호도 엄연히 문장 속의 하나인데 너무 가볍게 다루는 작품들도 많았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작품은 수상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가가 중요하다. 자신의 이름과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이름을 밝히며 쓰는 글은 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입상한 학생들에게는 축하를, 탈락한 학생들에게는 위로의 인사를 전한다. 탈락했다고 그 뿐이 아니라 내 작품이 왜 탈락했는가에 대한 진지한 반성도 좋은 글쓰기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심사위원/정일근(시인·울산작가회의 회장) 최영철(시인·부산작가회의 부회장) 정규화(시인·경남작가회의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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