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는 없고 입만 있는’ 토론회

경남이 자연 환경은 람사총회를 유치해도 될만큼 빼어나지만 사람은 아직 수준 미달이다.

지난 18일 창원 컨벤션센터에서는 토론자로 단상에 오른 사람과 아래에 앉아 있는 방청객의 숫자가 비슷한 바람에 토론자와 방청객과 사회자가 모두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오후 3시 그곳에서는 ‘람사총회 유치를 위한 국제 학술대회’의 마지막 행사 ‘람사총회 개최를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갗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행사장에 있던 40명 남짓 가운데 토론자 16명이 자리가 마련돼 있는 단상으로 올라가버리자 갑자기 방청석이 썰렁해져 버렸다.

150명 가량 앉을 수 있는 방청석에 창원시와 창녕군 환경 담당 공무원과 환경단체 활동가, 그리고 경남도(주최)와 경남발전연구원(주관) 관계자와 몇몇 외국인 참가자만 남았다.

이날 오전 9시 시작된 ‘연안습지’에 대한 발표와 토론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30~40명 정도만이 내내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이날 발표와 토론에 나섰던 경남환경운동연합 이인식 공동대표는 이를 두고 “행사를 극대화하려면 ‘자기들만의 잔캄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면서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 대표는 19일 “외국에서 이런 행사에 참석해 보면 국장·과장 같은 책임 있는 간부나 단체장이 한참 동안 시간을 내서 꼭 자리를 지킨다”며 “그런데 이번 행사장에는 경남 20개 시·군 가운데 창원과 창녕의 담당 공무원만 참석했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경남도쯤 되면 모든 시·군 환경 담당 부서와 지방의제 21 같은 민관협력기구에 부탁해 행사에 참석하도록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내용이 알찬 행사를 마련해 놓고 정작 많이 배워서 적용까지 해야 할 사람들의 참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나무랐다.

하지만 행사를 주최한 경남도의 환경정책과장은 반응이 달랐다. 19일 “행사에 참석한 사람이 왜 그렇게 적었느냐”고 묻자 “무엇을 묻자는 것이냐”고 한 뒤 “학술 행사라 그렇다. 그리고 준비는 경남발전연구원에서 모두 했다”고 떠다밀었다.

반면 경남발전연구원 관계자는 “경남도에서 20개 시·군 관련 부서에 참석을 독려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관심이 없어서인지 실제 참석은 거의 없었다”고 환경정책과장과는 어긋나게 말했다.

한편 행사가 시작된 첫날에는 별것 아닌 이유로 1시 30분으로 예정됐던 개회식이 늦춰진 데 이어 1부 내륙습지에 대한 발표·토론도 덩달아 늦춰지는 일이 있었다.

이날 사회자는 행사 주최자인 김태호 지사가 정해진 시각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참석자들에게 양해를 얻는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개회식을 5분 넘게 미뤘다.

그 뒤에도 사회자는 국회의원들과 도의회 의장의 축사가 늘어져 1부 시작 예정 시각인 오후 2시에서 15분 정도가 넘어가자 행사 시작 시각을 2시 30분으로 순연시켰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높은 사람 의전을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기는 관행을 깨고 국제 표준에 맞춰야 한다”며 “한 사람 늦는다고 여러 사람 아까운 시간을 뺏으면 안되는 만큼 도지사 인사말을 뒤로 돌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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