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비는 마을 ‘사람 붙들기’

공립학원인 합천 종합교육 회관이 사실상 불법 운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를 모델로 삼아 공립학원을 추진해왔던 도내 다른 자치단체도 큰 틀에서 사업계획을 변경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인구유출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인가 아니면, 공교육을 파괴하는 불법 학원인갗하는 논란의 불을 지핀 공립학원이 나오게 된 배경과 향후 자치단체의 전망을 짚어본다.

합천군 “법 테두리서 계속 운영”

◇ 왜 공립학원인가? - 합천군 등 농어촌 일선 자치단체가 앞다퉈 공립학원을 설립해 운영하거나 추진중인 가장 큰 이유는 인구가 대도시로 빠져나가 지역 전체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합천군이 지난 97년부터 지난해까지 관내 중학교 졸업생의 외지 전학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졸업생 5741명 중 2124명이 외지로 전학했으며 해마다 졸업생의 37%에 해당되는 260명이 지역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외지 전학 학생들은 대부분 졸업한 중학교에서 상위 20% 이내에 포함되는 성적우수 학생이었다.

합천군 관계자는 “합천군의 인구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학부모들이 교육 때문에 학생들을 데리고 인근 대도시로 나가기 때문이다”며 “진주 거창 대구 등으로 빠져나가던 중학생들이 교육회관 운영 이후에는 90% 가까이 관내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공립학원을 계속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도마에 오른 공립학원 - 공립학원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제기는 지난달 29일 열린 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처음 제기됐다.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은 “합천 종합교육 회관은 현행법상 교육기관 형태인 학원, 일반학교, 각종 학교, 특수목적을 위한 영재학교, 특수목적고 등 어떤 형태에도 부합되지 않는 변질된 사교육 형태의 공립학원”이라며 “교육회관 전체 운영 비용의 70%를 군에서 출연하는데, 이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합천 종합교육 회관은 중3·고1·고2·고3 각 30명씩 총 120명을 선발해 국어 수학 영어 등 5개 과목에 대해 학원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또 군은 회관 운영에 필요한 연간 6억여원의 경비를 합천군 발전위원회와 절반씩 나눠 마련한 뒤 전임강사 2명에게 각각 1억2000여만원의 연봉을 지급하고 시간강사 5명은 시간당 7만원씩 월 500만원 정도의 강사료를 지급하는 등 일반 중·고교 교사와 비교해 볼때 파격적인 지원을 했다.

이로 인해 공교육의 정상화에 앞세워야 할 지자체가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은 것.

특히 기초생활 수급자나 소년 소녀가장 등 자치단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소외계층의 학생들에 대한 배려 없이 성적위주로 학생을 선발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경남지부는 18일 발표한 성명에서 “합천군이 향토 인재 양성과 지역 교육 발전을 위해 학습관을 설립했다고 취지를 밝히면서도 군내 모든 학생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일부 성적 상위 그룹 학생들을 지원하는데 그치고 있다”며 “도교육청이 탈법적인 합천군 공립학원을 특별 감사하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공립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별도의 과외를 받는 학생이 생겨나고 학교 수업을 오히려 도외시하는 부작용도 드러났다.

◇ 공립학원 설립 추진하는 다른 자치단체는? - 지난 8월 개관한 합천 공립학원을 모델로 교육여건개선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함안과 산청 등이다.

다른 자치단체 “추이보고 결정”

함안군은 오는 2008년 중·고등학생 120명 규모의 공립 학원을 만들어 국어, 영어, 수학, 과학을 가르치기로 하고 다음달 주민 공청회를 계획하고 있다.

산청군도 주민청원을 받아 학원 설립 등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내년에 용역을 의뢰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처럼 인구가 감소되고 있는 농어촌 지자체를 중심으로 공립학원 바람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그러나 경남도교육청이 19일 합천군 공립학원에 대해 사실상 불법판정을 내림에 따라 군에서 직영하는 형태의 공립학원 방식은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합천군 관계자는 “군에서 직영하는 형태는 어려울 것 같고 신활력사업 추진단을 구성하는 등 운영주체를 바꾸는 방안을 법률 검토중”이라며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학원 운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함안군 등 다른 자치단체 관계자는 “현재 검토 작업 중이기 때문에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합천군 등 다른 자치단체에서 공립학원을 어떻게 운영하는지를 비교 검토해 교육여건개선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며 합천군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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