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육지책” “탈법 사교육”

인구 감소를 막고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고육지책인가. 아니면 공교육을 파괴하는 불법 학원인가. 합천군 등 도내 일부 지자체가 앞 다퉈 공립학원을 설립 운영하거나 추진하면서 ‘공립학원’이 도마에 올랐다.

18일 경남도교육청과 해당 자치단체에 따르면 합천군은 지난 8월부터 성적 우수 중ㆍ고등학생 120명을 선발해 공립학원인 ‘종합교육회관’에서 억대 연봉의 외부 강사들이 학생들을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또 함안군은 오는 2008년 중·고등학생 120명 규모의 공립 학원을 만들어 국어와 영어, 수학, 과학을 가르치기로 하고 다음달 주민 공청회를 계획하고 있다.

산청군도 주민청원을 받아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내년에 학원 설립 등에 대한 용역을 의뢰할 계획을 추진중이다. 농어촌 지자체를 중심으로 공립학원 바람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합천군 관계자는 “합천군 등 농어촌 지역의 경우 인구의 타지역 유출이 심한데 그 가장 큰 이유가 교육문제 때문으로 파악됐다”며 “실제 지난 97년부터 지난해까지 중학교 졸업자 5741명 가운데 2124명이 외지로 전학을 갔는데 이들 학생의 대부분이 중학교 상위 20%이내의 성적우수 학생들이었다”고 공립학원을 설립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위화감 조성…도교육청 감사해야”

그러나 합천 공립학원의 경우 문을 열자마자 억대 연봉의 강사진을 배치하고 성적 위주로 학생을 선발, 학생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최근에는 공립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별도의 과외를 받거나 학교 수업을 오히려 도외시하는 부작용이 드러나 학부모 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참교육 학부모회는 경남지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합천군이 향토인재 양성과 지역 교육 발전을 위해 학습관을 설립했다고 취지를 밝히면서도 군내 모든 학생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일부 성적 상위 그룹 학생들을 지원하는데 그치고 있다”며 “도교육청은 탈법적인 합천군 공립학원을 특별 감사하라”고 주장했다.

또 “학습관의 강사진이 서울과 대구 등 대도시 유명 학원강사들이고 국·영·수 위주로 교육을 하고 있어 사교육 시장을 관이 앞서서 조장하고 있다”며 “이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더욱 깊게 하고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구나 “합천에 이어 함안과 산청군도 공립학원 추진 계획을 갖고 있어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라며 “교육정책 당국인 도교육청이 합천군 공립학원의 탈법성을 감사하고 위법사항이 적발되면 폐쇄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은 “합천종합교육회관은 현행법상 교육기관 형태인 학원, 일반학교, 각종 학교, 특수목적을 위한 영재학교, 특수목적고 등 어떤 형태에도 부합되지 않는 변질된 사교육 형태의 공립학원”이라며 “교육회관 전체 운영 비용의 70%를 군에서 출연하는데 이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탈법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태가 이처럼 확산되자 도교육청은 이날 합천군에 현지조사단을 파견, 실태조사 및 지도감독에 착수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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