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까지 시장논리에 맡기나

공산품, 농산물에 이어 교육시장까지 개방하던 정부가 국립대학을 법인화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가 국립대학의 재정운영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경쟁력과 효율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교수들과 사전 협의도 없이 대학 법인화를 추진하자 교수들이 국립대학법인화 반대 시위에 나서고 있다.

▲ 경남도민일보 자료사진.

지난 8일 서울 종로 일대에서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철회·교육의 공공성 쟁취 등을 위한 ‘전국대학생 결의대회’가 열리는가 하면, 같은 날 전국 국·공립대투쟁본부는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국립대 법인화 저지 결의대회’를 열고 교육부의 일방적 국립대 법인화 추진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2009년까지 국립대 15개를 없애고, 입학정원을 총 9만5000여 명 줄이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안이다.

그러나 지난 6월말 현재 국립대 통폐합을 신청한 곳은 4쌍, 정원감축을 신청한 곳은 국립대 17곳 뿐이었다. 대학구조조정이 교육부의 뜻대로 안되자 원활하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가 빼어든 카드가 ‘국립대의 특수법인화’다.

국립대 법인화는 현재 국가의 부속기관의 성격을 가진 국립대학을 국가에서 떼어내 법인으로 전환, 정부의 규제로부터 벗어나 조직, 인사, 재정운영에 있어 대폭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정부는 한결같이 ‘민영화’와 다르다고 말하지만 대학의 법인화는 국립대의 통폐합과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법인격을 부여, 경쟁과 효율성의 원리에 따른 재편을 꾀한다는 점에서 명백히 국립대학의 사유화라고 할 수 있다.

국립대학이 법인화가 되고 대학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원이 중단되면 중·소 국립대학은 경제인단체 대표, 지자체장, 동창회 대표 등 학외 인사들로 구성된 대학법인의 이사회가 대학운영을 맡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경영이 어려운 대학은 등록금을 대폭 인상하거나 기업과 손잡고 돈벌이에 나설 수밖에 없다.

국립대학을 민영화하겠다는 것은 고등교육의 국가적 책무를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 없다. 따지고 보면 우리대학도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고 구태의연하며 방만하게 운영되어 왔던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개선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교육부가 대학 구조조정이나, 통·폐합, 국립대학 법인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대학을 시장의 기능에 맡기겠다는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경쟁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대학의 고유한 기능을 외면한다면 중등교육에 이어 대학마저 황폐화되고 말 것이다. 교육을 자본에 예속시키고 학문의 자유를 위협하는 대학교육 시장화정책은 중단되어야 한다.

/김용택 (마산 합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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