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권고 ‘눈길’ 도내 초교 10곳 중 8곳

초등학교 출석부에 남학생은 앞 번호를 주고 여학생은 뒷번호를 주는 것은 성차별이라는 인권위 권고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여학생에게 뒷번호를 부여하는 관행은 어린 시절부터 남성이 여성보다 우선한다는 차별적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갖게 할 수 있다”며 대전 모 초등학교장에게 이를 바로잡도록 권고했다.

이번 인권위 권고는 지난 7월 해당 초등학교 한 학부모가 “초등학교 출석부 번호에서 남학생에게는 앞 번호를, 여학생에게는 남학생의 번호를 모두 부여한 후 뒷번호를 부여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며 진정을 내면서 나왔다.

그렇다면 경남지역의 실태는 어떨까? <경남도민일보>가 마산과 창원의 초등학교 10개교를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10개교 가운데 8개 학교가 남학생에게 앞 번호를 먼저 배정하고 나머지 번호를 여학생에게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성별에서는 생년월일 순으로 번호를 부여했다.

특히 창원에는 무작위로 뽑았지만 ㅊ초·ㅇ초·ㄴ초·ㄷ초·ㅅ초 등 5개 학교가, 마산은 ㅇ초·ㄱ초·ㅈ초 등 3개 학교가 같은 방식으로 번호를 배정하고 있었다. 또 마산 ㅂ초는 2~6학년까지는 같은 방식으로 번호를 배정한데 반해 올해 입학한 1학년은 남녀 학생을 바꿔 여학생에게 먼저 번호를 나눠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학교 관계자들은 “남녀를 차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녀를 구분하면 업무상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같은 방식으로 출석부 번호를 배정하는 것”이라며 “남녀가 섞여 있으면 이름으로 남녀를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남녀를 섞어 출석부 번호를 배정하고 있는 마산 합성초 관계자는 “교사들이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아 불편하기는 했지만 현재 큰 애로사항은 없다”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이처럼 학교쪽은 기존의 방식을 옹호하는 반면 학부모 단체와 일부 교사들은 사소한 것이라도 성차별 요소가 있다면 교육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권춘현 지부장은 “개별적으로 보자면 사소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학교현장 곳곳에 이런 성차별적인 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남녀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잘못된 관행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마산과 창원지역 중학교의 경우에는 혼합반보다 남녀가 구별된 분반형태가 많아 논란의 소지가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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