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처진 기운에 ‘짱’

아직도 내 몸이 가을을 적응하지 못한 탓일까. 살갗에 물방울만 적셔도 으스스하다. 과연 환절기인가 보다. 주위에 셋 중의 하나는 연방 기침을 해댄다. 아직 몸이 가을을 반기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괜히 온몸에 힘이 없고, 수확의 계절 가을이라 먹을 건 많은데 마땅히 손 가는게 없다.

이럴 땐 몸에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스태미나 음식이 최고다. 스태미나의 지존 장어. 비타민 A는 쇠고기의 1000배, 장어의 지방을 구성하는 불포화지방산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주고 몸의 생기를 왕성하게 한다.

비타민 A 쇠고기 1000배…사르르~ 녹는 맛이 일품

중국산 민물장어 때문에 고민이었다면, 싱싱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하는 바다장어와 곰장어로 축 처진 몸에 생기를 불어넣어, 다가올 겨울까지도 실하게 견뎌보면 어떨까?

이 참에 순수 바다장어가 파닥거리는 마산 해안도로 장어거리를 찾았다.

바닷바람이 코끝을 스쳐 지나니 짭짤한 내음이 가슴 속까지 스며든다. 숯불이 달궈지자 막 건져 올린 바다장어가 그 위에서 춤을 춘다. 그 놈 참 싱싱하다.

마산 해안도로 장어거리. 이 곳에선 모두 진동과 통영에서 가져오는 국내 자연산 장어만 팔고 있다.

자연산 장어는 두 종류. 곰장어(먹장어)와 바다장어(붕장어)가 있다.

통통하고 큼직한 곰장어는 깊은 물에 살고 주로 양념을 해서 볶아 먹는다. 간간하고 꼬들꼬들한 맛이 특징이다.

작고 기다란 바다장어는 주로 숯불에 구워먹는데, 살아서 그대로 숯불에 굽기 때문에 신선하고 담백하다.

매콤한 맛을 원한다면 양념장에 찍어서, 깔끔한 맛을 원한다면 참기름에 찍어서 먹는다.

“장어를 구울 땐 항상 껍질부터 굽고, 기름이 잔잔히 빠지고 노릇한 빛이 돌면 이렇게 양념장을 싹 발라주면 됩니더.”

▲ 통통하고 큼직한 곰장어는 주로 양념을 해서 볶아 먹는다. 간간하고 꼬들꼬들한 맛이 '일품'.

 

마산 해안도로 장어거리, 국내 자연산 ‘파닥~파닥’

‘미래장어마을’ 강영희(51) 사장이 행여나 제 맛을 못낼까 직접 구워 주신다. 상추 위에 무를 올리고 지글지글거리는 장어를 얹어 한 입에 넣었다. 장어살이 부드러워 순식간에 입안에서 스르르 녹아 사라진다.

중국산 민물장어 때문에 피해를 톡톡히 보고 있는 터라 주인아주머니는 바다장어 생김새를 요모조모 짚어준다.

“바다장어는 꼬리가 길고 배는 회색빛이라, 딱 보면 민물장어랑 구분이 가능합니더.”

방안에 한 부부 손님이 곰장어를 시켰다. 마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황경진(51)씨는 서울에 사는 부인에게 장어의 별미를 확인시켜주기 위해 일부러 어시장 장어거리까지 데려왔단다. 황씨 아내는 마산에 내려올 때마다 곰장어를 먹지만 그 아삭아삭한 맛은 언제나 먹어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귀한 바다장어를 먹을 수 있는 행복이라…. 중국산 민물장어 때문에 다같이 매몰 당하는 바다장어가 더 안타깝다.

▲ 장어구이.

▲ 얼큰한 '장어국'.

▲ '장어쌈' 상추에 무 ·장어 올려 한입 쏘~옥.

장어 퀴즈     
  
1. 장어의 꼬리는 정말 ‘정력의 신’?

장어의 생식기가 꼬리에 있어 꼬리가 좋다는 풍설이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 단지 장어 꼬리가 좋다는 것은 꼬리치는 힘이 유난히 좋아서 붙여진 말.

따라서 꼬리부위 고기가 다른 부위의 고기보다 쫄깃한 맛이 더하다.

2. 장어와 복숭아는 만나서는 안 되는 인연?

여름철, 장어를 먹은 뒤 후식으로 복숭아를 먹으면 산뜻한 맛을 느낄 수 있어 많이 먹는다. 하지만 복숭아에는 신맛을 내는 유기산이 들어 있어 자극을 주면 자칫 설사를 일으키기 쉬우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3. 장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은 생강이다?

그렇다. 생강은 장어의 소화·흡수를 돕고 특유의 향으로 비린내도 제거해 금상첨화다. 술로는 복분자술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4. 입안에서 살살 녹는 장어, 소화도 잘된다?

아니다. 장어는 단백질과 지방이 각각 16%씩 들어있는 고단백 식품, 따라서 평소에 지방섭취가 부족했던 사람은 소화하기가 다소 힘들 수도. 

/박종순 기자 yard@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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