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경제가 최초의 침체기를 맞고 있으며 급격한 경제성장 둔화의 양상은 과거 구경제 때와는 달리 상반되는 경제지표가 병존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근호에서 보도했다.



타임 보도에 따르면 신경제의 침체는 ‘2분기 계속 하강국면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단순한 도식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 양상은 교통신호등이 빨강·노랑·초록색이 동시에 고장난 듯 깜박거리는 것과 비유할 수 있다. 한쪽에서는 나스닥종합지수가 9개월사이에 50% 이상 폭락하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실직자들의 실업수당 신청액이 급격히 줄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소비자 자신감 지수가 2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는가 하면 기존주택의 매매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그 와중에 지난해 상반기 5.2%에 달했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4분기에는 2.2%로 떨어지고 올해는 1%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제가 심상치 않은 것만은 틀림없다.



타임은 그러나 신경제 침체의 양상이 과거와는 다른 여섯가지 패턴에 의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신경제 시대의 시장이 조그만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일단 악화된 시장은 달궈질 때에 비해 더욱 빠른 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 침체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말이다.



두번째로는 ‘부의 효과’다. 과거에는 증시는 경제의 선행 또는 후행지표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증시 자체의 활력 또는 비활력이 경제활동 자체를 결정 짓는다는 것이다. 증시가 활황이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증시가 침체되면 경제 자체가 크게 위축된다는 것이다.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 가정이 1952년의 4%에서 98년에는 49%로 늘어나는 등 증시의 비중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세번째로는 경제둔화와 실업률이 별개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신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대량해고가 이뤄졌지만 실제 실업률은 그만큼 떨어지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업률이 낮다고 해서 경기가 침체된 것이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하다.



네번째로는 세계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인해 ‘내가 안 좋아지면 남도 안 좋아지는’ 그런 상황이 보편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나라마다 경기사이클이 달라 미국의 경기침체기에는 아시아 등 다른 나라의 호황의 덕을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국경이 허물어지고 경제의 세계화가 이뤄지면서 경기 상황이 서로 다른 나라를 찾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다섯번째는 이번 경기 침체의 특징이 더 이상 구매할 것이 많지 않다는 소비자들의 생각이 크게 기여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신경제는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많은 첨단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웬만한 사람들은 이제 레저용 차량이나 펜티엄급컴퓨터,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 MP3플레이어 등을 모두 갖고 있다. 더 이상 살만한 게 없다는 것. 그때문에 소비가 줄고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침체는 또 호황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된 뒤에 도래했다. 한마디로 많은 사람들이 침체의 패턴 자체에 대해 모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많은사람들은 91년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맞는 침체를 어떻게 극복해 낼 지 몰라허둥댈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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