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한국사회 통렬한 비판

   
“근대란 무엇인가? 멸시해온 전근대, 과연 버려야 하는 것인가?”, “농민공동체 회복이 희망이다.”

환경생태전문지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이 던진 화두와 대안이다.

지난 12일 저녁 마창진 가고파생명평화학교의 초청강연에서 그는 ‘근대화’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고향 마산에서 처음 갖는 강연이라는 그는 ‘전근대를 통해 근대를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던 일본시인 다니카와 간(谷川雁)의 이야기를 꺼냈다. 다니카와는 태평양전쟁을 겪은 뒤 동경대 졸업, 신문기자로 활동하다 폐결핵에 걸려 고향 농촌으로 돌아가 요양을 하면서 농촌의 의미를 깨닫고 농민사회로 돌아 가야한다고 주장한 이다.

김 발행인은 다니카와에 대해 당시 진보적 지식인 사회의 ‘전쟁을 일으킨 일본군국주의 토대는 군국주의 지도자들의 표밭이었던 농촌이다. 농촌을 근대화, 문명화해야 한다’는 논리에 정면으로 반박한 이라고 소개했다.

“다니카와는 근대주의가 뭐냐? 따져보자’고 문제 제기했다. 또한 일본군국주의 토대는 농촌이라는 것에 대해 ‘피상적인 관념이고 편견’이라고 반박했다.” 정리하면 전근대라는 농촌이 극복이나 계몽의 대상이라는 고정관념을 반박한 것이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경제성장을 제일로 내세우는 주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와 과거 민주화운동 출신 정치인들에 대해 한 김 발행인은 “과거 관료보다 더 관료적이고 노무현 정권은 환경에서 역대 어느 정권보다 가장 점수가 나쁘다”고 비판했다.

천성산 터널 문제로 지율스님이 목숨을 건 단식을 했을 때 청와대 관계자를 만났던 일을 꺼낸 그는 “철벽이었다. 규정이나 말하고 형식논리만 이야기할 뿐이었다”고 말했다. 정부, 언론, 대학 등 여론주도층의 ‘경제성장’사고에 대해 그는 “하루 빨리 미국처럼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은 끊임없이 파괴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대안이 뭐냐?’고 묻는다면 ‘대안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니카와의 이야기를 꺼냈단다. 농촌사회가 답이라고 말했던 다니카와도 결국 65년 도시로 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대안은 우리가 낸 어마어마한 세금으로 정부가 내야지, 대안 없는 비판하지 말라고 하는데 무슨 재주로 내나”라고 반문했다.

왜 그는 농민공동체에서 답을 찾을까. “희망의 가능성이 무엇이냐? 농촌에 있다. 농민공동체 회복이 희망이다. 그런데 이것을 혁명적인 원리라고 말하는 한국지식인은 없다.” 또한 환경파괴현장에 대해 집단적인 노력으로 막아보려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근본적 뿌리, 경제시스템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녹색평론 14년 동안 깊이 고민하는 경제학자 한 명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결국 실패했다”는 그는 자연과 자원의 한계를 무시하고 오로지 성장만을 주장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국가별 환경지속성지수(ESI)를 통해 한국사회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146개국 중 122위. 국민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지표 124위, 국내총생산 대비 에너지 소비량과 재생가능 에너지 배율로 구성된 생태효율성 119위, 비료사용량 138위, 농약사용량 143위, 석탄소비량 144위, 수산자원 남획 110개국 중 77위.

“허황된 거창한 소리보다 내 아이가 제 자궁을 갉아먹는, 삶의 모체, 생명기초를 매일같이 갉아먹는 시대가 되풀이, 확장되는데 선진국 운운한다.”

그는 황우석 박사의 연구에 대한 한국사회의 반응에도 쓴소리를 했다. ‘황우석 쓰나미’라고 표현한 그는 “어떻게 먹여 살려준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지극히 비윤리적인 방법이다”며 “황우석이라는 존재를 놓고 한국사회가 보여준 모습은 연극이고 절벽을 향해 기관차를 타고 가는데 자기의 위치를 고민하지 않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난치병이 없어지는 세상이 과연 바람직한가라고 반문했다. 물과 공기가 나빠져도 문제가 없고 유기농이고 농촌이 건강해져야 할 이유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 옳은가라는 문제의식.

무조건 근대화, 경제성장이라는 앞만 보고 달려온 세태, 그리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안이 없는 세상에 대해 한국사의 아픔에서 찾았다.

“우리는 군사정권 때 창조적 지적에너지를 너무 많이 썼다.” 식민지시대에는 근대화가 무엇인지 고민보다는 독립운동에 힘을 쏟아야 했고, 또한 군사정권 30년 동안에도 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겨를이 없었다. 식민지, 전쟁을 거치면서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기가 막히던 시간이었고 그런 역사를 살아왔다.”

그는 경고했다. 석유에 의존한 가공수출시스템, 미국에 의존한 경제시스템은 10년 안에 처참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경각심을 갖고 토론이 활발해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근대’라는 것이 뭔지부터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근대’를 멸시하고 버려야하는 것인지 물었다. “지식인들은 공통적으로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는 식으로 ‘자본주의 적응해서 극복해야 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뭔지 이해를 못하겠다.”

그는 ‘농적가캄에 대해 “손으로 일하고,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불로소득 없이 이마에 땀흘리며 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근대적이고 환상,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이 아이들, 그리고 다음 대는 어떻게 살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일수록 사람이 중요하고 자기위치에서 출발해 옆에 실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회원끼리 물건이건, 기술, 지식이건 함께 나누고 그 속에서 해결하는 ‘지역통화’운동에 답을 찾았다. 1년 동안 실험을 거친 결과 돈이 없어도 살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고 무엇보다도 공동체 강화라는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결론은 “근대 지향적인 파괴적 문화 속에서 농적사회, 공동체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정리된다. 한살림 같은 생활협동조합운동을 제시했다. 너무 지엽적인 운동이 아니냐는 반문에 대해 “사소한 게 아니라 본질적이다. 관념적이 아니라 현실적이다”라고 못박았다.

“사소하게 볼일지 모르지만 각자가 비주류로서 자기 태도를 확인하면서 빈틈을 찾아 쑤셔나가야 한다. 틈새를 물어 참여자 의식을 느낀다면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폭력적 질서를 벗어나려는 노력을 한다면 다른 지역, 다른 나라와 내면적으로 연결돼 있고 이미 물결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안은 한꺼번에 바꿔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조그만 게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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