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마음으로 돌아가렵니다”

‘산란해라,/여기서 시집가고 말아버리겠다는 것인지/부풀어 오른 가슴 다 열고/섬진강 물면경에 얼굴을 대고 연지곤지/찍다가/흰 분곽을 엎질러 버렸다/불났다 흰 불,/ 심봤다 처녀의 허리 낭낭 벚나무 한 짐이다(<벚꽃, 불났다> 중에서)’

   
강희근 시인이 2년여 만에 10번째 시집 <기침이 난다>를 최근 펴냈다.

작가는 2년여동안 인터넷 홈페이지에 신작시방을 개설하고 신작시를 쓰는 대로 올려 독자들과 교류했으며, 이들 300여점 중 67편을 뽑아 이번 시집에 실었다.

1부는 자연을 제재로 한 작품, 2부는 일상 속에서의 사색, 3부는 사람과 관련한 그리움, 4부는 경상대 국문학과 교수로 있는 작가가 시 교육 현장에서 얻은 체험을 담고 있다.

특히 시집 제목이기도 한 작품 <기침이 난다>는 시 교육에 관한 자성을 담았다.

‘(전략) 놀라운 것은 내가 지금 O대학 P교수, 그 시인처럼 시를 채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개발한 ‘맛보기 이론’이나 아침마다 졸작 생산에 목숨을 끌어 넣고 있는 일이나 시가 아니면 아무것도 관심이 없는 내 시의 식구들을 생각해 보면 거기 61점 62점 63점이 놓여질 수 있는 일인가 아, 이 시 채점의 모순 줄 세우는 껄끄러움, 기침이 난다 (후략) (<기침이 난다> 중에서)’

강 교수는 “이번 시집에 실린 작품들이 초기의 정열로 돌아가고자 한 나름대로의 반성에서 씌어진 것들이라는 점에서 <기침이 난다>를 표제시로 삼았다”고 밝혔다.

한국문연 펴냄, 143쪽,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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