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05년 5월17일자 칼럼 ‘꼰대 소리를 듣더라도’

한국교원대학 현직교수가 학생들의 “교복·두발 모두 자율화해야”라고 주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권이종 한국교원대 교수는 지난달 29일 세종문화회관 3층 컨벤션센터에서 청소년위원회 주최로 열린 청소년 인권침해 개선을 위한 국민대토론회에서 ‘청소년인권의 실태와 발전방향’이라는 기조발제를 통해 “특수학교를 제외하고 세계 어느 나라도 두발이나 교복을 강요하는 나라가 없다”며 모든 학교가 두발과 교복을 자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삼아온 두발규제는 이제 시대변화에 맞게 풀어줘야 한다. 사진과 기사내용은 특정학교와 관련없음)
권 교수는 “사춘기 학생들에게 군대식으로 머리 스타일을 강요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학교경영자, 선생님, 운영위원회, 학생간부 또는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이 문제를 자율적으로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학교의 억압적 현실 중에서도 학생들의 가장 많은 반발을 사고 있는 문제가 두발규제다.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 학교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라’는 교육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중고생의 두발 자유화는 아직도 요원하다. 지금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남학생은 스포츠형, 여학생은 단발 커트 스타일로 두발을 규제하고 있다.

개성과 창의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학생들의 두발 규제는 아직도 유효한 가치일까? 학생이 ‘학생답기’ 위하여 반드시 단발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귀밑 3cm는 모범생이고 4cm는 문제아라든가 머리카락이 짧아야 학생답다는 주장은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이다. 특히 소수의 타락 가능한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다수학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은 비민주적인 월권행위다. 더구나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학교에서 가치내면화를 통한 지도가 아니라 통제와 단속으로 교육을 하겠다는 것은 비교육적인 발상이다.

두발규제 ‘통제정치' 의 낡은 유물

교도소에서조차 폐지한 두발규제를 학교만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두발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청소년 비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은 교사들이 학생통제를 위해 만들어낸 방어논리다. 세계에는 머리를 짧게 깎지 않고도 학생들을 올바르게 교육시키는 나라들이 얼마든지 있다. 머리가 길어서 공부를 못한다든지 주의집중이 안 된다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이다.

두발제한과 제복착용은 일제시대 ‘통제·강압정치'의 낡은 유물이다. 학생을 마치 군인처럼 통제 대상으로 본다는 것은 학생들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보는 인간관이 아니라 훈육과 통제를 당해야 하는 관리대상으로 보는 반교육적, 반인권적인 군사주의 잔재다. 해방 후 반세기가 지나도록 범죄로부터의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삼아온 두발규제는 이제 시대변화에 맞게 홀가분하게 벗겨줘야 한다.

참조 : 인터넷 청소년 신문 ‘바이러스’ http://www.1318virus.net/modules/news/list.php·menu=a0303003>

/김용택(마산 합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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