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노조 “지나친 제한”...선관위 “어쩔수 없어”

공무원 노조 경남 본부가 주민들에게 뿌리기 위해 만든 도지사 비판 선전물과 관련해 현행 공직 선거법이 단체장·지방의원과 국회의원에 대해 비판하는 홍보물을 시기에 관계없이 누구라도 만들지 못하게 규정해 지나친 제한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공노조 경남 본부(본부장 이병하)는 지난 15일 제목이 ‘도지사가 거짓말을 밥먹듯이…’인 김태호 지사 비판 기획선전물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뿌리려 했다가 곧바로 경남 선거관리위원회의 제지를 받은 데 이어 21일 창원지방법원에서 배포 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 문제가 됐던 공노조 유인물. /오마이뉴스

이를 두고 경남 본부는 “공익 목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시정을 촉구하며 이를 주민들에게 알리는 일은 공무원노조가 해야 할 주된 역할”이라고 반발하며 홍보물 배포의 법적 한계를 묻는 공문을 지난 22일 경남선관위에 보냈다.

경남선관위 관계자는 27일 “선거운동기간이든 아니든, 개인이든 단체든 일반 주민에게 단체장·지방의원·국회의원을 비판하는 홍보물을 뿌리면 선거법 위반”이라며 “다만 집회·시위를 하거나 기자회견·성명 발표 등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서 “현직 단체장은 다음 선거 입후보 예정자로 볼 수 있고 홍보물 배포는 선거법이 허용하는 의례적·통상적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이는 공노조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개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또 “정기 간행물로 등록된 노조 소식지도 일반 주민에게 뿌리면 선거법이 금하는 사전선거운동이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불법”이라며 “다만 회원에게 주거나 보도 자료로 언론에 제공하는 일은 괜찮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비판 선전물은 단임으로 끝나는 대통령에 대해서는 언제든 돌릴 수 있지만 현직 단체장은 더 이상 후보로 나설 수 없는 ‘3선’일 때만 위법이 아니며 선출 횟수 제한이 없는 지방의원·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배포가 금지된다.

이에 대해 진해 선관위 지도계장이면서 민주도정실현 경남도민모임 대표인 석종근씨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이를 바꾸려면 공직 선거법과 헌법을 한꺼번에 바꿔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석 대표는 또 “헌법은 제116조에서 공직 선거와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한 공정한 관리’와 ‘기회 균등’만 규정해 놓고 있다”며 “하위법인 공직 선거법은 기회 균등에 중심을 두고 무엇이든 똑같이 제한하거나 허용하면 된다는 취지로 만들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직 선거법은 통상적인 방법을 벗어나서 이뤄지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제95조)와 선거운동 기간이 되기 전에 하는 ‘사전선거운동’(제254조)을 ‘누구든지’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석 대표는 “하지만 이는 헌법상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일 개연성이 높다”며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선거운동의 기회 균등이라는 공익에 가려 개인 또는 집단이 누려야 하는 표현의 자유라는 사익이 사라졌다는 뜻”이라고 했다.

공노조 경남 본부도 이를 두고 “공직 선거법에 따르면 단체장은 현직에 있는 내내 개인이나 단체가 제기하는 비판에서 완전히 해방된다”며 “그렇다면 경남도 공식 기관지인 ‘경남도보’도 일상적으로 치적이랍시고 도지사를 홍보하니 금지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남 본부는 이 같은 선거법 규정을 현실로 인정해 선관위 제지와 법원 배포 금지 가처분을 받아들이는 한편 새롭게 선전물을 제작한 다음 선거법에 걸리지 않는 방법을 찾아 주민들에게 뿌리기로 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