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경한정밀 옥상서 고용승계 요구 점거농성 벌여

경한정밀 옥상 점거 금강화섬 노동자 강제연행 ㅣ 촬영편집 구자환 기자

지난해 3월 공장가동이 중단된 뒤 공장가동과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며 1년 6개월간 투쟁을 벌이고 있는 (주)금강화섬 노조원들이 지난 2월 공장을 인수한 경한정밀 옥상에서 3시간 동안 점거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의해 전원 강제 연행됐다.

▲ 27일 창원시 팔룡동 경한정밀 옥상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던 경북 구미 금강화섬 노조원들이 해산을 위해 투입된 경찰과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구연 기자

27일 오전 9시께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금강화섬 지회(위원장 ) 조합원 27명이 창원 팔룡동 차룡단지 내 경한정밀 옥상에 올라가 입구를 막은 뒤 농성에 들어갔다.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2시께 차룡단지 입구에서 고용보장과 생존권 사수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기로 집회신고를 해놓은 상태였다.

옥상을 점거한 조합원들은 경한정밀 이상연 사장과의 교섭을 요구했지만 서로의 입장 차가 너무 컸고, 농성을 먼저 푸느냐 경찰 병력을 먼저 물리느냐의 문제로 논쟁이 벌어지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교섭을 위한 협상이 결렬되자 경찰은 매트리스를 준비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며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국 정오께 병력을 투입해 조합원들을 강제 연행했다. 경찰의 해산이 시작되자 조합원들은 소화기 3개를 뿌리며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5분여 만에 27명 전원이 연행되었다.

이날 강제연행 소식을 들은 코오롱 지회 조합원 등 연대 단체 회원들도 뒤늦게 달려와 조합원들을 태운 경찰버스의 앞을 가로막고 경찰과 거칠게 몸싸움을 벌였다.

이 사태로 근처 도로의 교통이 한 동안 완전히 마비되기도 했다. 연행된 조합원들은 창원서부경찰서와 마산동부경찰서, 마산중부경찰서 등으로 나눠져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한편 화학섬유연맹 아산KCC지회와 코오롱지회 등 연대 단체들은 금강화섬 조합원의 연행 이후에도 오후 늦게까지 경한정밀 앞에서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였으며 일부 회원들은 대표이사 사무실에 난입해 집기를 부수기도 했다.

화섬노조 “공장 돌려라” 550일 넘긴 투쟁     
  
“공장을 꼭 돌려야 합니다.” 27일 경한정밀 옥상을 기습적으로 점거해 강제 연행된 금강화섬지회 조합원들은 공장을 끝까지 사수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이후 노조원들의 투쟁이 550일을 넘기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이번의 창원 투쟁을 마지막 항전으로 여기고 있다.

지회는 지난 2월 경매에 붙여진 공장이 경한정밀 이상연 사장에게 낙찰된 뒤 2월부터 5월까지 14회에 걸쳐 창원 경한정밀 앞에서 공장 정상가동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경한정밀 앞 잔디밭에 천막 8동을 친 뒤 장기간에 걸친 노숙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지회는 지난 5월부터 공장 정문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이상연 사장은 노조를 상대로 19억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노조원 72명의 집을 가압류했다. 또 대구지법은 지난 9일 지회쪽에 경락부동산 인도 결정문을 고시했다.

이에 따라 이상연 사장은 내달 초 강제집행에 들어간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지회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판단으로 창원투쟁을 계획했다. 금강화섬지회 관계자는 “공장이 문을 닫은 것은 자본가들과 정부의 책임이지 묵묵히 일만해온 노동자에게 있지 않다”면서 “이번 투쟁이 마지막이라고 생각으로 결사항전을 하기 위해 창원에 왔다”고 밝혔다.

한편 지회는 지난 12일부터 내달 8일까지 창원, 김해 ,대구 등에 집회 신고를 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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