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따오기가 안겨줄 선물...‘청정’ 이미지 결합 ‘브랜드화’ 가능

지난 9일 저녁 창녕군과 마창환경운동연합의 따오기 방문단이 중국 샨시성 양시엔현을 찾았을 때 샨시따오기보호관찰센터는 이들을 환영한다는 뜻으로 만찬을 베풀었다.

양시엔현에서 으뜸가는 음식점에 마련된 자리였는데 그 이름이 ‘따오기’였다. 8월 말 공식 개장한 이 음식점의 상호가 따오기를 뜻하는 주환(朱鶴)에 고급 숙박 시설 또는 대형 음식점의 대주점(大酒店)을 더한 것이었다.

만찬 자리에는 또 투명한 병 한가운데 유리로 만든 따오기 모형을 넣은 중국 토종 술이 나오기도 했는데 값이 224위안이라고 했다. 이날 여섯 차례나 번갈아 나올 만큼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값이 684위안이었음에 견줘 본다면 엄청나게 비싼 술임을 알 수 있다.

▲ 따오기를 브랜드화 한 기념품(2)

이 같은 일은 창녕군에서도 이미 일어나고 있다. 우포늪(소벌)이 세계적으로 이름나게 되면서 우포를 상표로 쓰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3일 창녕에 있는 대합농협과 성산농협은 전체 조합원 2536명 가운데 2114명이 참가한 찬반투표에서 85.7% 찬성으로 두 농협을 합치고 그 통합 농협의 이름을 ‘우포’로 하자고 결정했다.

두 농협의 조합원들은 내년 3월까지 합병 등기를 마치기로 계획을 잡았는데 이는 10년 정도 전까지만 해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10년 전에는 상표로서 값어치가 있는 이름이 아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93년부터 환경단체에서 우포늪(소벌) 보호운동을 벌이고는 있었지만 일반 사람들은 대부분 우포늪(소벌)을 ‘농사도 지을 수 없는’ 버림받은 땅쯤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식에 따라 일제 시대에 물이 넘나들던 곳이던 대대(한터) 마을 귀퉁이에 대대제방을 쌓았고 이 때문에 유어면에서 대지면 관동 마을 앞까지 이어지는 너른 대대 들판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 따오기를 브랜드화 한 기념품(1)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른바 ‘먹고사는’ 문제가 크게 해결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생태계 또한 크게 망가져 버린 조건에서 환경 문제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사람들 또한 이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우포늪(소벌) 또는 멸종위기종인 따오기가 갖는 ‘청정’·‘희소’ 이미지는 쉽게 논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더욱이 우포늪(소벌)과 따오기가 하나로 합쳐지면 이른바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내리라는 것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중국 샨시성 양시엔현에서는 따오기를 아주 자랑스러워했다. 따오기사육센터 앞에는 따오기를 ‘동방의 보석’으로 표현한 글귀가 적혀 있었고 안에 있는 매점에서는 여러 가지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 눈에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따오기를 그려 넣은 넥타이를 비롯해 모형, 쟁반, 기념우표, 엽서, 편지지 등등 따오기를 재료로 삼은 물건들이 사람들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 생활용품 등 이미 상품화

중국 당국이 아직은 따오기가 살고 있는 양시엔현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로 개발하지 않아 찾는 발걸음은 없었지만 이 같은 기념품들은 양시엔현을 떠나 세계적인 관광지인 진시황 무덤이나 병마용(兵馬俑) 발굴터 같은 데서 전시되고 있었다.

이 같은 일은 우리나라의 경남과 창녕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오히려 우포늪(소벌)이 중국 따오기 서식지보다 더욱 잘 알려져 있는 점을 고려하면 우포늪(소벌)과 따오기가 결합될 때 값어치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창녕에서는 이미 ‘우포’를 상표로 삼은 쌀을 시중에 내놓고 있다. 나중에 언젠가 따오기 서식지 복원을 위해 대대 들판을 비롯한 우포늪(소벌) 둘레 농경지에 농약이나 제초제·화학 비료 따위를 쓰지 않게 되면 명실상부한 청정 농산물의 ‘으뜸’ 산지가 될 수밖에 없다.

당장 셈하기는 어려운 정서 함양처럼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없는 것은 빼더라도 우포늪(소벌)에 따오기가 살게 되면 그것이 안겨주는 효과는 이처럼 큰 것이다.

이 같은 효과 극대화를 위해 환경단체 일부에서는 오는 2008년 경남에서 개최될 것이 확실한 람사 총회를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중국 샨시성 양시엔현 따오기사육센터 들머리 벽화. 따오기가 나는 그림 위에 ‘동방보석 따오기’라고 적혀 있다.
“2008 람사총회 계기 삼아야” 목소리


습지 보전을 위한 세계적 회의인 람사 총회가 열리면 부곡온천과 우포늪(소벌)이 있는 창녕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몸소 찾아오는데다 갖가지 보도 매체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에 널리 알려지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의 보기에서 알 수 있듯이 따오기 서식지 복원은 주민 협력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또 한두 해만에 이뤄지는 일은 아니다.

따라서 당장 따오기를 데려오지는 못하겠지만 중국과 우리나라의 중앙정부 또는 해당 자치단체가 ‘따오기 복원을 위한’ 협력 협정을 하고 널리 알릴 수는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물론 이는 서두른다고 되는 일은 아니며 지역 주민과 따오기가 우포늪(소벌)을 터전삼아 공존할 수 있도록 밑바탕부터 다져 나가야만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나름대로 의미를 갖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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