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05년 9월12일자

맥아더동상 철거문제를 놓고 시작된 보혁간의 갈등이 급기야는 물리적 충돌과 색깔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같은 사람을 놓고 한쪽에서는 영웅이라 하고 한쪽에서는 전쟁범죄자라는 극단적인 평가를 내려 한 치의 양보도 못하겠다며 버티고 있다. 맥아더장군동상 수호범국민연대를 비롯한 보수세력들은 맥아더는 ‘6·25전란 때에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하여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낸 영웅’이라며 ‘맥아더를 사랑하자’는 노래까지 작곡해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를 비롯한 시민 단체들은 ‘맥아더는 민족의 존엄과 자주성을 짓밟고 한국전쟁 당시 대량학살을 지시한 전쟁범죄자며 대규모 원폭 투하로 한반도를 불모지대로 만들려 했던 살인자’라며 하루빨리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맥아더 동상.
영웅인가? 전쟁범죄자인가? 색깔논쟁

전통사회가 산업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가치관의 혼란이다. 이러한 가치관의 차이로 사회의 각 분야에서는 대화와 타협이 아닌 대립과 갈등이 그치지 않고 있다. 친일잔재청산문제를 비롯한 빈부격차문제 그리고 교육문제와 환경문제 등 각 분야의 대립은 한계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가치관의 차이로 나타난 이러한 대립은 자신의 주장과 다르면 적대시하고 색깔공세와 물리적인 방법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내 생각은 옳고 남의 생각은 틀렸다거나 옳은 것이 아니면 모두 틀린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특히 분단시대와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은 빨갱이라는 색깔공세는 우리사회의 진보를 가로막는 암적 요소가 되고 있다. 흑백논리와 고정관념, 그리고 편견이나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회는 합리적인 사회가 아니다. 옳은 건 옳고 틀린 것은 틀렸다고 말하거나 시비를 가리는 사람을 문제시하는 양시양비론이 지배하는 사회는 후진사회다.

토론회 마련 극한대립 막아야

맥아더장군이 영웅이라면 영웅으로서 살아 온 역사적인 기록을 통해 확인하면 되는 일이다. 또한 맥아더장군이 전범자라면 그가 해방공간에서 살아 온 기록을 통해 시비를 가리면 그만이다. 물리적인 힘으로 또는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으로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는다는 것은 성숙한 시민이 아니다.

학계와 지자체는 지금이라도 맥아더장군의 공과를 따지는 토론회를 마련해 더 이상의 극한대립을 막아야 한다. 토론과정을 통해 해방공간에서 맥아더의 역할과 6·25 전쟁과정에서의 전술적 성공과 실패, 대규모 원폭사용 요청 등의 사실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학술적인 토론 과정에서 도출된 사실을 시인하고 승복할 수 있는 자세를 보일 때 대립과 반목을 넘어 화해와 통합의 성숙한 사회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김용택(마산 합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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