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서울에 남자’ 사옥·터 매각 ‘시큰둥’

지난 8일 진해시를 제외한 도내 19개 시·군이 혁신도시 유치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잔뜩 기대를 걸고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나 정작 지방이전 대상 주요 공공기관들은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순자 의원이 최근 산업자원부 산하 26개 지방 이전 대상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경남으로 이전하는 요업기술원, 산업기술시험원, 한국남동발전,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전자거래진흥원 등 6곳 가운데 본사 부지 매각계획을 밝힌 곳은 2곳이고 나머지 4곳은 계속 사용하거나 아직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 기관들이 기존 사옥 및 부지를 자체 매각해 이전 재원으로 충당하고 부지가 팔리지 않을 경우 토지공사에서 일괄 매입토록 한다는 정부의 방침과 다른 것이어서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 사옥 및 부지 매각 미온적 = 산자부 산하 기관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한국전력 부터 정부의 방침에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한전 사옥과 부지의 시가는 2조4000억원에 달하는 데 현재까지 매각보다는 자체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경남으로 이전하는 요업기술원은 시가 175억원 상당의 사옥과 부지를 매각하지 않고 계속해서 사용하겠다고 답변했으며 산업기술시험원은 아직 매각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매각 방침을 밝힌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은 수도권 사무소를 운영하거나 아직 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태라고 밝혀 향후 입장 변화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박순자 의원 측은 “매각 방침을 밝혔거나 아직 구체적으로 입장을 정하지 않은 기관들의 상당수가 사옥을 팔지 않기 위한 구실을 찾는 데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전했다.

‘껍데기 이전’ 우려

◇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이전 = 산업기술시험원과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등 2곳만 수도권 잔류에 대해 ‘계획 수립중’, ‘계획 미정’으로 답했을 뿐 나머지 4곳은 서울 사무소 운영 필요성과 현 기능의 상당부분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처럼 이전 기관들의 상당수가 업무 차질 등의 이유를 들어 서울 및 수도권 사무소 운영의 불가피성을 강조함에 따라 지방 이전 본사가 지사가 되고 지사가 본사 역할을 하는 ‘껍데기 이전’ 우려를 낳고 있다.

요업기술원은 지방 이전 이후에도 현 기능의 상당부분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기술이전을 받아오던 수도권 소재 4000여 세라믹 관련 기업들에 대한 지원 문제, 부품·소재 산업기술 혁신에 초래될 상당한 손실을 막고 자체 재정의 65% 이상을 관련 기업과 공동연구를 통해 확보해야 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부지 및 건물을 계속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이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남동발전은 지방이전 계획 및 방법 등을 결정할 때 노조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책임을 노조에 떠넘기려는 인상 속에 금융 및 자금조달, 연료조달 및 해외사업 추진 등을 위해 최소한의 인원으로 별도의 서울 사무소 운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도 대 국회, 대 예산 업무지원을 원활히 하기 위해 기획예산 부서의 잔류를 주장하고 있다.

노사 진통도 예상

◇ 노사 모두 이전에 시큰둥 = 경남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6곳 가운데 희망지역과 실제 이전 지역이 다른 것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한 곳은 요업기술원과 산업기술시험원 등 단 2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4곳은 ‘그저 그렇다’와 ‘불만족’으로 답했다. 특히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을 제외한 나머지 5곳은 이전에 대해 노조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향후 이전에 따른 본격적 협상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관 가운데 요업기술원과 산업기술시험원, 한국남동발전 등은 경남으로 이전하는 것에 만족한다고 답변했으나 이들 노조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거나 ‘그저 그렇다’로 응답했다. 한편 산업기술시험원은 이전 희망지역으로 마산을 선택했다.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박순자 의원 측은 “혁신도시 입지가 최종 선정된 이후 공공기관 이전 관련 문제점들이 불거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돈 보따리로 입막음은 했지만 결국 자금문제로 실질적인 추진과정에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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