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따오기의 현황 : 중국 후손 58마리…토종 명맥은 끊겨…

현재 일본에는 따오기가 모두 58마리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7월에는 이들에게서 새끼새 22마리가 더 태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지난 81년 중국 샨시성 양시엔현에서 발견된 중국 따오기의 후손들이다.

▲ 99년 일본에 중국 따오기를 갖다 주고 인공 부화 성공까지 책임졌던 시용메이 박사.
99년 1월 중국의 장쩌민 주석은 일본을 국빈 방문하면서 양양(洋洋·암컷)과 요요(友友·수컷)라고 이름붙인 따오기 한 쌍을 선물했다. 일본 하늘에 따오기가 날아다니도록 돕겠다는 것이었다.

같은해 5월 21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에 있는 따오기 보호센터에서 유유(優優·수컷)가 인공부화로 태어났다. 양양과 요요에서 태어난 새끼였는데 일본은 오부치 수상이 중국을 찾았을 때 그 사진을 건넸고 중국은 답례로 암컷 메이메이(美美)를 짝으로 선물했다.

산림관리소홀·농약 살포 등으로 2003년 일본산 멸종

일본 언론과 국민들이 따오기에 대해 보여주는 반응은 우리나라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그야말로 ‘열렬하다.’ 그만큼 관심이 높다는 얘기다.

6년 전 양양·요요와 함께 일본에 가서 인공 부화를 성공시켰던 중국 시용메이 박사는 “일본 공항에 ‘마치 설날처럼’ 사람들이 몰려나왔다”고 했다. 중국의 설은 전국 각지가 넘쳐나는 인파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는 대명절이다.

게다가 시 박사에 따르면 당시 일본의 신문과 방송은 중국에서 들여온 양양과 요요의 모습을 대문짝만하게 냈을 뿐만 아니라 날마다 속보를 냈다. 시 박사는 “양양과 요요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텔레비전에서 한 주일마다 특집으로 방송했다”고 했다.

▲ 중국 샨시성 얀시엔현에 있는 따오기 교육관. 일본의 도움을 받아 지은 건물이다.
실제로 당시 일본의 보도 매체들은 인공 부화에 들어간 알에서 새끼가 껍데기를 쪼아대는 소리에서부터 깨어나기까지 전 과정을 보도했다. 또 이들이 어떤 먹이를 먹는지도 자세하게 조사해 소개하기도 했다.

게다가 5월 인공 부화에 성공하자 일왕은 성명을 내어 ‘나라의 경사’라고 하며 기뻐했으며 정부는 새로 태어난 따오기의 이름을 전국에 상금을 걸고 공모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까지 했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토종 따오기는 지난 2003년 10월 10일 나이가 36살로 짐작되는 암컷 ‘킨’이 숨을 거둠으로써 명맥이 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68년 3월 15일 붙잡힌 킨은 35년 동안 보호를 받으며 인공 번식에 한 가닥 희망을 갖게 했으나 89년 더 이상 알을 낳지 못하게 되면서 일본 토종 따오기의 멸종은 기정사실이 되고 말았다.

중국과 ‘보호공동계획’ 맺고 아낌 없이 물적·인적지원

일본에서 따오기가 마지막까지 살아 있던 곳은 니가타현의 사도(佐渡)라는 섬. 일본은 81년 이 섬에서 따오기 5마리를 더 생포해 인공 번식을 꾀했지만 81년 두 마리가 숨진 데 이어 82·86·95년 각각 한 마리씩 숨을 거둬 2000년대가 되기 전에 모두 죽고 말았다.

▲ 양시엔현 따오기사육센터에는 이렇게 따오기 이름을 적은 간판을 걸어두고 있다. 밑엣줄에는 일본 시마네현에 소속된 한 시의 집행부와 지방의회의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일본 정부는 67년 1월 사도섬에 따오기 보호센터를 만들고 사로잡힌 따오기들을 옮겨 기르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사도에서는 마을에서 먹이를 대주거나(59년) 따오기가 둥지를 트는 숲을 사들여 국유림으로 삼는(65년) 등 보호에 나섰으나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나중에 확인된 일이지만 새끼를 까는 산림을 소홀히 여겼고 따오기가 주로 먹이를 얻는 논과 밭이나 마을 둘레에 뿌려지는 농약이나 화학 비료 제초제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갈아엎지 않는’ 농법이 사도섬에서 실험되고 있다. 가을에 나락을 베어낸 뒤 논에 물을 채웠다가 이듬해 갈지 않고 모를 내면 벼 포기에서 물풀이 생기고 여기서 많은 산소가 생겨 미꾸라지 같은 따오기의 먹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땅도 좋아지고 잡초도 줄어들어 훨씬 맛있는 쌀이 생산될 뿐 아니라 땅을 갈지 않는 만큼 인건비도 절감되는 한편으로 청정 지역에서 나온다는 특별한 상표(‘도키히카리’)를 붙여 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따오기 보호센터가 있는 사도섬은 따오기 서식지 복원을 위해 다양하게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2008년 인공 부화로 태어난 따오기가 100마리가 되면 곧바로 야생에 풀어놓을 계획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은 지난해 3월 15일 마지막 일본 토종 따오기 ‘킨’을 그리는 기념비를 세웠으며 6월 22일에는 사도섬 산림에 따오기 야생 복귀 훈련 시설을 3년 목표로 만들기도 했다.

일본의 따오기 보호 육성 노력은 이처럼 일본 안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민간 차원을 구분하지 않고 중국에 있는 따오기를 위해 들이는 노력은 엄청나다고 할만하다.

일본은 중국과 ‘따오기 보호 공동 계획’을 책정해 따오기 번식 시설의 정비와 야생 서식 상황 조사는 물론 감시 카메라나 차량 같은 기자재, 나아가 사육·조사 전문가 파견에 필요한 인건비까지 아낌없이 대주고 있다.

일왕, 인공 부화 성공에 “나라의 경사” 성명…국가적 관심

실제로 이번에 8일부터 12일까지 중국 샨시성 양시엔현 따오기 사육센터를 찾았을 때 우리에는 저마다 일본 시마네현의 시장이나 의원한테서 지원받았다는 표지판이 걸려 있었고 심지어 ‘따오기 교육관’은 전액 일본에서 지원받은 자금으로 세웠다고 현판에 적혀 있었다.

일본의 이 같은 노력은 중국 정부의 태도와도 일치한다. 샨시성 임업청 순쳉기안 부청장은 지난 8일 창녕군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따오기를 가져가려면 서식지 복원 노력을 기울이는 등으로 국가 임업국의 동의를 얻고 보호 자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따오기는 국경에 얽매이는 사람과 달리 하늘을 자유롭게 오갈 수밖에 없으며 그 야생 복원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한 만큼, 어떤 나라도 무임승차는 절대 할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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