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놈…참말로 꼬시네~”

“기름기는 전혀 없는데 거참 고소하단 말이야…”

마산 덕동 방파제. 한 중년 남자가 3분도 안돼 꼬시락 서너마리를 잡더니 뼈째로 듬성듬성 썰어낸다. 한 손에 든 소주잔을 쭉 들이켜고는 다른 한 손에 들고있던 꼬시락 몇 점을 초장에 푹 찍어서 얼른 맛본다.

▲ 마산 진동 덕동 방파제에서 한 낚시꾼이 갓 잡은 꼬시락을 썰고 있다.

늦여름과 초가을이면 어김없이 고개를 내미는 꼬시락. 첫 맛은 담백하고 끝맛은 깔끔하다. 뼈 통째로 먹으면 꼬들꼬들한 게 그 맛이 더 일품이다.

음력 8일. 조수간만의 차가 거의 없어, 얕은 물에선 낚시가 제대로 되는 날이다. 수많은 강태공들이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1분도 안 돼 손짓을 하는 꼬시락. 낚시가 많이 서툰 아이들도 낚싯대만 넣었다 하면 월척이다.

정확한 명칭 ‘풀망둑’…크기 15㎝ 커봤자 30㎝정도

전어와 함께 마산의 명물로 알려져 있는 꼬시락. 정확한 이름은 풀망둑이지만 경상도에선 꼬시락이나 꼬시래기라고도 불린다.

15㎝만한 놈. 커봤자 30㎝정도다. 큰 놈은 내장을 따고 뼈도 바르지만, 작은 놈은 뼈 바를 것도 없고 썰어봤자 서너 점 밖에 안 나온다.

성질은 전어랑 비슷하지만 그 맛은 전혀 다르다. 꼬시락이나 전어나 주로 바닷물과 강물이 합쳐지는 지점에서 산다. 두 놈은 성질이 보통이 아니다. 전어는 뭍으로 나와서는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스로 숨을 끊을 정도로 독한 놈이라고 알려져 있다.

‘꼬시래기 제살 뜯듯 한다’ 전어보다 성질 더 급해

그 보다 더한 놈이 꼬시락이다. ‘꼬시래기 제살 뜯듯 한다’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화가 나면 주체를 못하고 벽이 있으면 뚫고 들어갈 정도니 전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하지만 입 속에 스며드는 고소함은 전혀 다르다. 전어는 기름기가 자글자글해 참기름 같은 고소함이라면, 꼬시락은 기름기가 전혀 없는 참깨 같은 고소함이다.

꼬시락의 화끈하고 거친 성격은 경상도 사람의 기질과 꼭 닮았다. 그래서일까. 이 거친 놈에 대한 마산 사람들의 사랑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한때 꼬시락이 동이로 그냥 퍼 담아낼 만큼 넘쳐났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마산 앞바다가 매립되면서 자글자글하던 어패류들이 거의 자취를 감췄고, 지금은 진동 마을 몇 곳에만 그 전력을 이어오고 있다.

“35년 전에 창원 창곡(지금의 월림단지 옆)에 살았는데 바로 옆에 있는 봉암다리 밑에서 매일 조개랑 꼬시락을 소쿠리에 퍼 담았거든. 지금도 낚시하는 사람이 있기는 있더만은, 너무 더러워서 어찌 먹는가 몰라.” 한 50대 아주머니가 추억을 더듬다가 곧 접어버린다.

아직까진 그때 기분을 즐길 수 있는 마산 진동. 덕동 방파제에는 꼬시락 뿐만 아니라 전어·숭어·농어도 떼를 지어 다닌다.

기름기 없는 참깨같은 고소함 변함없는 인기 비결

릴낚시나 대낚시로는 꼬시락이나 숭어가 제격이고 전어는 뜰낚시로 해야 가능하다. 음력 8일과 23일이 조금(조류가 잔잔한 날)이라 하여 제일 입질이 좋다.

추석 연휴 후유증이 한없이 밀려온다거나 가을바람이 너무 춥게만 느껴진다면, 애써 뿌리치지 말고 한번쯤 넋을 잃고 그 놈의 손짓을 기다려보면 어떨까.

꼬시락 튀기고 구워도 ‘일품’

“이보다 담백할수 없다”

꼬시락의 크기가 너무 작아 회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면, 튀겨먹고 구워먹자.

물기를 빼고, 뼈째로 밀가루를 바른다. 물에 녹인 튀김가루에 푹 담가 살살 턴 다음 기름에 풍덩. 시간이 조금 지나면 뼈가 강해지므로 되도록 빨리 먹고, 먹더라도 조심조심!

배를 가른 다음 햇볕에 살짝 말렸다가 구워먹어도 맛이 기막히다.
마산 덕동 작은 방파제를 돌아 사궁두미(뱀이 활처럼 둘러져 있는 곳)라는 마을에 가면 조개랑 고둥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진동 방파제에서 꼬시락을 맛 본 후 사궁두미에서 조개랑 고둥 몇 마리를 걷어 라면에 넣어 먹으면 시원한 해물라면이 된다.

/박종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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