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김동윤 열사 정신계승 총력투쟁결의대회

김동윤 열사 정신계승 총력투쟁결의대회 ㅣ 촬영편집 구자환 기자

 김동윤 열사가 세상을 떠난 이틀이 되는 14일 화물연대는 부산시청광장에서 “김동윤 열사 정신계승과 화물노동자 생존권쟁취, 제도개선, 노동생존권을 위한 총력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 오열하는 김동윤 열사 유가족들 ⓒ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이날 집회는 고 김동윤 열사를 이대로 떠나보낼 수 없다는 화물노동자들의 절박함을 담은 사실상의 파업을 선언하고 조직적 결의를 다짐하는 자리였다.
  
  헌화로 시작된 집회에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울산 류기혁 동지를 떠나보내고 며칠 되지 않아서 김동윤 동지를 보내야하는 아픔을 겪고 있다”고 말하고 “민주노총의 위원장으로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면서 김동윤 동지를 죽인 사람은 나 자신이고 악랄한 세무정책과 이 정부라고 규탄했다. 
   
 
▲ 집회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최고위원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이어 “우리의 생존권을 이렇게 무참히 짓밟힐 수는 없다”며 김동윤 동지는 “우리에게 어쩔 수 없이 자신은 가지만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도록 싸워서 쟁취하라고 말하고 있다.”며 철저하게 조직적으로 싸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자신도 목숨을 바쳐 싸울 것이라고 웅변했다.
  
  도명규 화물연대 해운대 부지회장의 추모시가 낭송되면서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열사정신 계승하자” “김동윤을 살려내라” “생존권을 쟁취하자”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속에 유가족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여동생 김동순씨는 “한송이 뜨거운 불꽃이 되어 하늘로 가신 우리 오빠, 가족들만 남겨 놓고 하늘에서 울고 있는 우리 오빠의 이야기입니다”라며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 고개를 떨구고 있는 화물노동자 ⓒ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고 김동윤 열사의 부인과 남동생의 힘겨운 모습속에서 원고를 읽어 내려가다 맺힌 가슴에 울음을 터뜨리며 오빠를 외치기도 하던 여동생은 기어코 “오빠를 살려내라” 절규하기도 했다. 이내 여기저기에서 고개를 숙인 채 화물노동자들과 연대단체회원들은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눈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살려내라, 김동윤을 열사를 살려내라"...눈물바다된 부산
  
  김종인 화물연대 위원장은 몇 푼 되지않는 유가보조금을 압류해버리는 세무서가, 더 이상 화물노동자가 죽는 것을 막아보자고 하소연 했는데도 수수방관하면서 오히려 화물노동자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부산시장이 김동윤동지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또 해결책을 내어놓으라고 수없는 요구에도 오히려 화물노동자를 죽이는 정책을 내놓았던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이 김동윤 동지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 이상 저들에게 하소연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더 이상 결단만 남았다고 투쟁의 의지를 불태웠다.
  
  민주노동당 이용식 최고위원은 세상을 바꾸겠다며 국회에 진출도 했지만 노동자들의 현실에 너무나도 부끄럽다며 그러나 김동윤 동지의 뜻을 받들어 세상을 바꾸는 투쟁에 다시 한번 나서자고 호소했다.
  
  건설교통부의 화형식을 가진 직후 화물연대는 오늘집회가 끝날 때까지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던 부산시장과 정부가 아직까지 아무런 대답이 없다며 부산시장의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자 화물노동자들은 부산시청의 출입문을 타격하는 무력시위를 진행하면서 청사내로 진입해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화물노동자들의 분노를 담은 강력한 경고를 남긴 조합원들은 자진 철수하면서 곧바로 시가행진을 진행했다. 한 시간가량을 시가행진을 통해 고 김동윤열사의 분신과 화물노동자들의 현실을 선전하면서 부산 서면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마무리 집회 후 해산했다.
  
  마무리 집회에서 김종인 위원장은 “조합원 행동지침 3호를 발령하고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장례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또 화물노동자의 생존권보장, 제도개선, 노동권보장에 대해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함께하고 한국노총이 참여 의사를 밝혀 오고 있다며 ‘유가인하 범국민운동’을 전개할 것과 추석연휴를 대비한 경계령을 하달했다.

▲ ⓒ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 ⓒ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민중의 소리 제휴/구자환 기자

 "여보, 당신에게 너무 미안해...사랑해"
가족 끔찍히 사랑했던 故 김동윤 열사가 남긴 문자메시지
 
  “여보, 당신에게 너무 미안해. 너무나 가슴 아프다”
  
  지난 10일 분신을 했던 김동윤 열사가 가족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메세지이다. 운행 전에 자주 가족들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며 애정을 표현하곤 했던 그는, 마지막 문자메세지를 통해 가장으로서 가족에게 어려움을 토로할 수 없었던 아픔과 울분을 표현했다.
  
  분신현장에서 수습된 그의 유품은 휴대폰과 불에 탄 지갑, 그리고 손목시계. 고 김동윤 열사의 친동생인 김동근씨는 기자에게 유품을 보여주며 가족을 많이 생각하고 아끼던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그가 항상 소지하고 다니던 휴대폰에는 두 딸과 부인에게 보낸 문자메세지가 고스란히 저장되어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들이 남겨져 있었다.
  
  “자기야 점심은 먹었나요. 사랑해”
  “수미야 놀다와. 사랑해”
  
  그가 부인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메세지는 9월 4일. 그가 분신하기 6일 전의 일이다. 단칸방 살림살이에 정부의 유가보조금마저 압류 당한 상태에서, 두 딸의 등록금과 가족생활비에 대한 그의 고통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말로 전할 수밖에 없었다. 
   
 

   
▲ 가족에게 보낸 문자메세지 ⓒ구자환

그러나 그는 이러한 고통에도 가족들에게는 아무것도 알리지 못했다고 한다.
  
  친동생인 김동근씨는 “맏형으로 식구보다 부모님을 생각하고 부모님을 모시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던 형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 형제들에게 말하지 않았으며 가족들에게도 내색을 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일을 겪고서 형의 아픔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형이 분신하던 날 출근하기 전에 두 딸을 껴안고 뽀뽀를 하면서 대문 앞까지 데려다 주면서 학교를 보냈다고 말했다. 또 그 전에 작은 형과 외국에 있는 두 누님에게 “별일 없느냐” “잘 지내라”는 등의 안부전화를 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고 김동윤 열사는 7월 13일 부인에게 보낸 문자메세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괴로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여보 미안해. 인간 김동윤이도 세상을 살다보니까 많이 변절된 것 같아 몸도 맘도 괴롭다.”
  
  그는 현실적 어려움 속에 괴로워하면서 갈등과 고민하는 자신에 대해 ‘변절’이라고 표현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그로인한 심적 갈등은 그를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고, 때로 흔들리는 마음으로 인해 현실을 벗어나고파 했던 그의 갈등을 나타내어 주는 대목이다.
  
  김동근씨는, 문자메세지의 ‘변절’이란 표현을 보면서 형의 아픔을 보는 듯하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형의 휴대폰을 열면 가족의 이름과 ‘사랑해’ 하는 문자가 나타난다며 "형은 너무나도 가족을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구자환 기자

▲ 가족에게 보낸 문자메세지 ⓒ구자환
▲ 가족에게 보낸 문자메세지 ⓒ구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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