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프로젝트...서식 자체가 청정함 상징

따오기. 황새나 저어새와 같은 종류로 분류되는 이 새는 19세기 말만 해도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전역과 러시아의 남부와 시베리아 일대, 그리고 중국 동북과 중남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 또는 철새였다. 그러나 20세기 접어들면서 자꾸 사라지기 시작해 50년대부터는 아주 귀한 존재가 됐다가 70년대는 멸종 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 중국 따오기 보호관찰센터의 안내를 받은 환경운동연합과 창녕군 관계자들이 9일 오후 우리 농촌과 비슷하게 논과 논 사이로 흐르는 개울에 들어가 맞은편 수풀에 있는 따오기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이 따오기를 창녕군과 마창환경운동연합이 서로 힘을 합해 우포늪(소벌)에다 되살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 첫 순서로 지구상에 유일하게 야생 따오기가 남아 있는 중국 샨시성 양시엔까지 찾아가 실제 따오기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서식 환경을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닷새 동안 눈으로 보고 돌아왔다.
글 싣는 순서

1. 왜 따오기인가
2. 따오기를 위한 중국의 노력
3. 일본 따오기의 현황
4. 따오기와 인간 그리고 자연
5. 따오기를 우포늪에 되살리려면
6. 되살아난 따오기가 안겨 줄 선물

 
사냥·농약살포 등으로 70년대 이르러 멸종 

자치단체와 환경단체가 이처럼 다름 아닌 따오기를 주목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까닭이 있다.

첫째는 따오기가 사람과 어울리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지표종이라는 점에 있다.

중국의 따오기 복원전문가 시용메이 박사는 “따오기는 농사를 짓는 논이나 우포늪 같은 습지 또는 물가에서 먹이를 얻고 마을 가까운 야산 숲을 보금자리로 삼아 깃든다”고 말했다.

▲ 10일 아침 먹이를 얻으려고 강가로 날아드는 따오기. 앞쪽 머리가 희고 깃털에 붉은 빛이 감돌지 않는 새는 백로들이다.
사진/창녕군 제공
이런 따오기가 지금처럼 중국 특정 지역에만 야생 상태로 남아 있고 나머지 대부분 나라에서 멸종해 버린 까닭은 이 새가 사람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세기 말 영국인 캠프벨이 한국에서는 겨울과 봄에 자주 보이는 이 따오기가 쉽게 총의 밥이 된다고 적은 데서도 이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분홍빛을 띠는 이 새가 보기 좋을 만큼 오동통한데다 나는 모습이 방정맞지 않아 사람들 마음에 들기 쉬웠기 때문에 일찌감치 사냥감이 됐던 것이다.

▲ 사육센터 우리 안에서 자라고 있는 따오기. 야생 따오기보다 어쩐지 활기도 없고 크기도 작아 보였다.
물론 세월이 흐름에 따라 농사 짓는 방식이 화학 비료와 농약 살포 위주로 바뀌었고 나아가 산업화와 인구 증가로 말미암아 먹이가 많았던 논들이 사라져 버린 탓도 작지 않다. 둘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마창환경운동연합 이인식 상임의장은 “지금 따오기가 야생 상태에서 살고 있다면 그 지역 자연생태계는 말할 것도 없고 농업도 친환경 유기농으로 믿을만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호랑이 한 마리가 그 생존 자체로보다는 호랑이에 이르는 먹이사슬 이를테면 호랑이가 1년에 먹는 여우나 늑대가 360마리, 이 여우나 늑대가 먹고 사는 토끼 같은 초식 동물이 3000마리 있어야 가능하다는 생태계의 풍성함 때문에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 이치라는 얘기다.

생태계 복원시 농업환경 유기농 신뢰 가능

이런 여러 이유와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주 친숙한 존재로 여긴다는 점도 이들이 따오기를 우포늪(소벌)에 되살리려고 나서는 이유가 되고 있다.

심지어는 따오기라는 말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찾아볼 수 없는 멸종위기종인줄 모르는 이도 적지 않을 정도다.

보기를 들자면 남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이 서로를 그리며 부르는 노래로는 ‘따오기’가 으뜸이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이 노래 한 구절을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는 데서 대중성을 잘 알 수 있다. 이는 우포늪(소벌)으로 상징되는 청정 지역 창녕을 널리 알리는 데 크게 보탬이 된다.

▲ 9일 오후 샨시성 양시엔현 따오기 사육센터 직원(왼쪽 여성)이 방문단에게 따오기와 사육센터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김종규 창녕군수가 마창환경운동연합 이인식 의장의 제안을 곧바로 기꺼이 받아들여 중국 따오기 서식지 방문단을 보내기로 한 데에도 이런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멸종됐기 때문에 야생에서 되살려볼만한 값어치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에 더해 인간과 나름대로 친하게 지낸다는 속성, 자연생태계와 농업 환경의 청정함을 그대로 나타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기에다 너무나 익히 알려져 있다는 대중성까지 골고루 갖춘 새가 바로 따오기라는 것이다.

따오기 서식지 중국 샨시성 양시엔현 찾기까지...
경남도민일보, 자체 경비로 해외취재

   
 
▲ 9일 저녁 무렵 잠자리가 있는 마을 동산으로 날아드는 따오기 한 쌍. 이들은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울 때만 둥지를 틀고 나머지는 그냥 나뭇가지에 앉아 고개를 외로 꼰 채로 잠을 이룬다.
사진/창녕군 제공
 
창녕군과 마창환경운동연합의 중국 따오기 서식지 방문은 여러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지난 6월 초 마창환경운동연합 이인식 상임 의장은 우리나라 따오기 전문가 김수일 한국교원대 교수와 중국 따오기 복원 전문가 시용메이 항조우대학교 교수와 함께 김 군수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우포늪(소벌)을 둘러본 두 나라 전문가들의 의견(따오기 서식지로 딱 알맞다)을 들려주면서 함께 중국 샨시성 양시엔현을 찾아가 보자고 제안했다.

김 군수는 이를 받아들여 9월 1일부터 닷새 동안 중국을 찾기로 했다가 다른 일정과 맞물리는 바람에 한 주일 뒤로 미뤄 8일 출발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민간에서 전문가로 참여해 함께 가기로 했던 김수일 교수가 8월 8일 고혈압으로 갑작스레 숨을 거둬버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참가 인원 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박진영 연구원이 뒤늦게 합류하게 됐다.

한편 경남도민일보의 중국 방문 동행 취재는 지난 6월 6일과 7일 시용메이 박사와 김수일 교수의  동향을 보도하면서 그 씨앗이 마련됐다.

이들 두 전문가는 우포늪(소벌)을 둘러본 다음 경남도의회에 마련된 전문가 워크숍에서 우포늪과 따오기의 상관 관계에 대해 발표를 했었다.

당시 마창환경운동연합이 이에 대한 보도자료를 냈지만 어떤 매체도 그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바람에 경남도민일보가 독종 보도를 한 셈이 됐다.

그 뒤 창녕군과 마창환경운동연합이 공동 방문단 구성을 논의하는 시점에서 경남도민일보가 이를 알고 동행 취재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이것이 자치단체와 환경단체에게 모두 받아들여져 같은 날 같은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된 것이다.

한편 경남도민일보는 보도 매체의 해외 동반 취재에서 취재원에게 취재 비용을 부담지우는지 여부가 늘 논란거리가 돼왔음을 감안하고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해 창녕군에 부담을 지우는 대신 자체 경비로 기자를 파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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