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도예가로 지내면서 흙과 함께 살다간 도공이 죽음을 맞아 장례를 치른 뒤 죽음을 알리는 것은 물론 동물이 다니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봉분을 만들라는 등 이색 유언을 남겨 감동을 주고 있다.



유언을 남긴 고인은 지난해 12월 15일 노환으로 유명을 달리한 합천 강파도예 고 김종희(80. 합천군 가야면 구원리. 전 계명대 교수)선생.



고인은 노환으로 병석에서 자식들에게 자신이 죽으면 해야 할 유언을 남겼다.



김씨는 유언에서 △상복을 입지말고 상장만 달 것 △부고장을 돌리지 말고 자신이 운명한 다음날 바로 장례를 치를 것 △장례를 치른 뒤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을 알릴 것 △상여는 마련하지 말고 묘는 쓰되 봉분은 동물이 다니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 소와 말이 다닐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할 것 △석물은 세우지 말고‘고 김종희 지묘’라고만 새겨 평면으로 누일 것 △꽃은 두지말고 필요하면 들꽃을 한묶음 꺾어 마련할 것 △문상객이 방문하면 방명은 하지말고 명함만 받고 대접은 차나 음료수로 할 것 등이 주 내용이다.



이는 비록 자신은 세상을 떠나지만 가족이나 친척 이웃들에게 번거로움을 주지 않고 죽어서도 무덤이 동물들이 걸림돌이 될까 염려하는 등 자연친화적인 예술정신을 엿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웃 주민들은 “부인과 대학교수인 두아들을 두고 있어 수많은 문상객이 줄을 이을 입장인데도 고인의 유언을 받들어 장례식을 초졸하게 치루는 등 새로운 장례문화를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고 김종희 선생은 지난 1921년 대구에서 출생해 12세때 일본 다치현 세토지방 도자기공장에서 도예기술을 익힌 뒤 지난 1946년에 귀국해 합천 해인사 부근에 도자기공장을 세웠다.



이후 63년에 현 강파도예를 설립, 전통도예 연구를 해 왔으며 영남대 효성여대 강사 계명대 교수를 역임하면서 후진양성과 전통도예 연구에 노력해 왔었다.



한평생 흙과 함께 살면서 예술혼을 불태워 온 한 예술가의 유언은 걸치레에 치중한 현 세태에 좋은 본보기로서 그가 남긴 예술품 못지 않게 잔잔한 감동을 남겼다. 한편 강파도예에서는 오는 4월 고인이 혼이 담긴 작품 전시회를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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