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인도 뭄바이를 다녀올 일이 있었다. 세계 YMCA 창립 150주년을 기념하는 대회가 그곳에서 있었기 때문이다.

   
뭄바이에 내리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누추함이었다. 공항 앞 도로에서부터 시작하여 길가의 건물들, 거리를 달리는 차량들, 사람들의 모습 모두 누추하기 그지없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폐차장에서도 들이기를 꺼릴 만한 녹슨 버스들도 거리 한복판을 당당하게 달리고 있었다. 인구 2000만으로 인도 생산량의 반을 생산한다는 국제도시의 모습이 마치 어느 유령도시와 같이 느껴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도 없이 거리를 흘러 다니고 밤이 되면 아무데서나 누워 잠자는 사람들이 셀 수 없었다

소각 외 처리 방식 나몰라라

세끼 해결하는 일도 힘든 사람들이 거리 곳곳에서 수도 없이 구걸을 하고 있었다.

거리거리에 널려있는 쓰레기 더미마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뒤지고 있었다. 먹을 만한 것, 쓸만한 것을 뒤지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그 순간 우리나라의 쓰레기들이 생각났다. 아마 우리나라 쓰레기를 그곳에 가져가면 아마 수많은 사람들이 먹고 입고 살아갈 수 있으리라.

그들은 우리나라 쓰레기장에서도 보기 어려운 가구와 가전제품들을 당당하게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아직도 지구상에 세 사람 중의 한 사람은 날마다 끼니걱정, 물 걱정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지구 한쪽에서는 얼마든지 더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버리고 있다.

유행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색상이 변했다는 이유로, 더 나은 멋진 모델을 갖고 싶다는 이유로 사소한 일상용품은 물론 비싼 차, 심지어 몇 십년 살아야할 아파트까지도 제 수명이 다하지 않았는데도 버리고 부숴 버린다.

이거야말로 죄짓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유행과 더 편리한 것을 좇아서 새로운 물건을 사야 한다면 지금 사용하는 물건을 어떻게 버릴 것인가도 새로운 물건을 사는 만큼 심각하게 생각해야할 것 같다. 나는 필요 없어서 버리는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필요한 물건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누군가에게도 필요 없는 물건은 다시 자원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재활용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게 쓸모 없는 물건은 나 아닌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쓸 수 있게 해주고, 그것도 아니면 분해하거나 다른 용도로 재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도 어찌할 수 없는 것들만 매립하거나 소각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물자사용의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런데 흔히들 쓰레기봉투에만 넣어서 버리면 쓰레기문제는 해결된다고 간단히 생각하는 버릇이 들어있다. 그것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 과정에서 자원이 어떻게 낭비되고 인체와 생태계에 어떤 해로운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 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최근 환경부는 귀찮은 재활용보다는 바로바로 소각로에 넣어서 태워버리는 소각정책 일변도의 쓰레기처리 정책을 몰아가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소각로를 설치해야만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기타의 방법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소각로는 이미 청산가리 1000배의 독성이 있는 다이옥신 등 수많은 중금속을 대기로 유출시켜서 생태계와 우리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한 피해도 중요하지만 얼마든지 재활용할 수 있는 물자들을 눈에 보이지 않게 태워버리면 된다고 편하게 생각하는 소각로 일변도의 정책은 지구자원을 무차별하게 소모시켜버리는 죄악을 저지르는 일이나 다름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환경부는 우선 편하고 보기 좋은 소각로 정책만 강요하지 말고 소비자들이 아끼고 재활용하는 삶의 방식을 훈련할 수 있도록 다양한 폐기물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이학영(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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