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의 대화에서 가장 곤혹스럽게 느끼는 것은 ‘한국과 한국민에 대한 인식’의 차이다. 다수의 학생들은 ‘한국은 약소국갗, ‘한국은 여전히 가난한 나라’, ‘서방은 선진국이며 백인은 우월한 민족’이라는 선입관이다.

OECD 당당한 회원국

이런 인식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옳다고 동의하기도 힘들다. 이런 인식이 국내언론의 과도한 자기비판과 부정 때문에 기인한 것이지만 좀 더 균형 잡힌 시각과 객관적 근거에 의거한 인식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인식부분. 한국이 미국이나 중국 등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에 속하지만 인구수 4800만명이면 결코 작은 나라, 약소국이라고 평가절하할 수 없다.

더구나 한국의 경제력은 세계 12위권이며 경제선진국들만이 가입할 수 있는 OECD 기구의 당당한 회원국이기도 하다. 이런 구체적 수치를 무시해서는 안되며 특히 동남아국가나 동유럽국가, 중동 등지를 방문해보면 한국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는 상당히 바뀌어 있음을 실감한다.

이런 인식의 전환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에서 보여준 한국민들의 열화 같은 단결력과 질서정연함, 고층빌딩이 솟아있는 거리의 발전상 등이 세계의 언론을 통해 크게 홍보됐기 때문이다.

‘축구의 나라’터키의 경우, 월드컵 4강 전에서 패한 한국선수들이 터키 선수들과 어깨동무를 하는 모습, 터키국기가 대한민국 스타디움에서 장관으로 펼쳐지던 모습은 두고두고 터키국민의 감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은 경제선진국, 짧은 시간에 민주주의를 이룩한 경의의 나라로 칭송되고 있다.

가까운 동남아 국가를 방문해도 한국은 더 이상 경제약소국, 문화빈국의 나라가 아니다. 대다수 동남아 국가는 한국의 발전상에 경의를 표하며 한국을 오고싶어하는 선망의 나라로 지목하고 있다. 물론 우쭐댈 일은 아니지만 한국과 한국민에 대한 지나친 자학과 자기비하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활동하는 한국민들을 보라. 어디를 가도 외국인들이 한국민에 대해 공통적으로 평가하는 두 가지는 ‘부지런하다’와 ‘머리가 좋다’는 것이다. 다만 모이면 ‘싸운다’는 얘기도 자주 듣는다. 싸우려면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인들은 에너지가 넘쳐 나서 남의 일에 간섭도 잘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해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세계 뉴스와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서방언론의 보도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모두 믿지 말라는 뜻은 아니지만 정보해석의 주체로, 무비판적으로, 무조건 사실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어느 국가, 어느 민족도 결점과 문제점은 있다. 세계의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한국만큼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이룩하고 많은 것을 지니고 살면서 ‘범사에 감사함을 느끼는데 인색’하고 ‘자기평가에 가혹한 나라’는 드물다는 것이다. 카트리나 태풍이 휩쓸고 간 미국의 뉴올리언스 지방에서 벌어지는 참상은 분명 가슴아픈 일이지만 이것 역시 미국의 한 부분이다. 자기 비판과 성찰은 항상 필요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자부심도 자존심도 갖지 못하는 3류 국가, 3류 국민으로 전락한다.

무비판적 자기비하 곤란

외국을 나가면 어디나 자국민 최우선 편의제공과 자국민 최우선 대우는 공항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우리 자국민과 우리 동료들에 대해 너무 인색하지 않은가. 자기비하가 습관적이고 무비판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지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나를 알아주지 않고, 내가 나를 무시하면 남은 나를 깔아 뭉개버릴 것이다. 자만해서는 안되지만 자조하고 자학할 필요도 없다. 끝간데 없는 욕심을 다스리고 우리가 이룩한 성과에 자축할 줄도 알아야 한다.

/김창용(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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