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해당하는 대서양의 허리케인은 해마다 십여 차례 카리브 해 섬들과 멕시코 동해안을 엄습하곤 한다.

카트리나 재해의 교훈

이번에는 강력한 5급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인구밀집지역인 미국의 도시 뉴올리언스 지역을 지나가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정확한 집계에 시간이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추산된 피해로는 수천 명 사망, 수십만 명의 이재민, 그리고 110조원정도의 재화 손실일 것이라 한다. 미국인들이 심적 물적 피해로부터 하루 빨리 회복하기를 바라면서, 이 재난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우리의 현재 상황과 비교하여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만하다.

허리케인의 길목에 자리잡은 뉴올리언스는 한쪽에는 미시시피 강 하류, 그리고 반대편에는 멕시코만과 연결된 폰차트레인 호수를 끼고 있다. 50만명 이상의 인구가 살던 도심은 해수면보다 낮은 저지대인데, 양쪽에 쌓은 제방덕분에 300여년을 버텨왔다.

카트리나 중심이 지나간 직후 불어난 호수의 소금물이 붕괴된 둑을 넘어 흘러 들어가 도심 대부분이 물에 잠긴 것이다. 제방관리에 소홀했었던 정부에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별다른 대비책도 없이 어떻게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저지대에서 살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카트리나 재해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점은 인류의 오만함, 즉 자연을 정복하여 다스리겠다는 자기중심적이며 이분법적 사고가 결정적이었다 할 수 있다. 우리로서는 자연 훼손과 환경오염을 아랑곳하지 않는 국토개발과 경제발전 위주의 정책을 그만두어야 한다.

카트리나 피해에 대하여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미국 자신의 잘못된 환경정책에 원인이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교토의정서를 외면하는 미국이 지구 온난화는 물론 자연재해를 계속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에너지 과소비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지구상 한정된 자원의 고갈을 앞당기고 온실가스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소비를 줄이는 대신에 오히려 세계 평화를 위태롭게 하면서 석유 및 가스자원을 확보하려 혈안이 되어있다.

우리를 돌아보면 경제력은 어느 정도 갖추었다. 하지만 경제 구조가 취약한 나라이면서도 소비양식은 미국의 저질 대중문화를 추구함으로써 무분별하게도 자원낭비가 심하다. 날이 갈수록 환경오염을 가져오고 개인의 건강에 좋지 않은 생활양식으로 자연에 역행하고 있다.

한국은 석유와 가스를 99%이상 수입해야 하고, 양곡은 73% 이상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어서, 사소한 국제적 갈등이나 자연재해가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지 말란 법이 없게 되어 있다.

온 세계가 미국의 피해상황을 접하고서 처음에는 그 피해규모에 놀랐지만 그 다음으로 경악한 것은 재해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상을 초월한 무질서의 혼란이었다.

세계경찰임을 자임하면서 외국과 유엔까지 길들이려 하는 미국으로서는 집안의 치욕스러운 사태에 당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재해 지역에서는 각종 폭력이 난무하며, 주택과 상점들을 닥치는 대로 약탈하는가 하면, 생필품 사재기와 폭리 판매, 보험사기 등 온갖 사회문제가 표출되고 있다. 여기에 인종, 계층, 문화, 및 이념 갈등마저 불거져 전국적인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미국이든 니제르이든 외국의 아픔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할 수만은 없다. 할 수 있는 한 그들을 도와야 한다. 재난 앞에서 드러난 미국의 치부는 우리의 치부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겸허하게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드러난 미국의 치부

우리는 천연자원을 낭비하고 자연을 무시하는 사회발전 시도와 일상적 생활양식을 재고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 사회내부의 여러 갈등을 해소하면 한국은 어려움이 닥쳐도 이를 잘 극복할 수 있고 존경받는 규범을 가진 나라로 대접받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양에서도 이미 반성하기 시작한 이분법적 사고의 지배에서 탈피하고 우리의 포용력 있는 상생의 전통문화를 되살려 내야 한다. 또한 우리가 가진 훌륭한 인적자원을 활용하여야 한다.

최근 OECD나 국제경영개발대학원 같은 국제기구에서 한국인의 자질이 세계 정상권임을 알려준다. 우리가 가진 훌륭한 ‘두뇌의 힘’을 길러서 조화로운 사회와 창의적인 인재를 일구어내야 한다.

/황인환(경남국학운동시민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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