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고용허가제 당장 폐지를”

지난달 17일로 고용허가제 시행 1년을 맞은 가운데 민주노총과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가 이주노동자 정책을 두고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핵심은 이주노동자 정책과 관련해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인데, 민주노총은 이를 고용허가제 폐지로 보고 있는데 비해 상담소는 산업연수생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민주노총은 현재의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바로 노동허가제를 시행하자는 ‘일괄타결’ 형식이지만, 상담소는 내년 12월 31일까지로 예정된 산업연수생제도를 당장 폐지하기 위해서 고용허가제라는 ‘중간 다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지난 1일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사무실에서는 민주노총 이주노동자 정책 관계자들과 상담소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간담회는 이주노동자 정책의 방향 수립과 관련해 민주노총에서 상담소쪽에 만남을 제안해 이루어졌으며 내부적으로 조용히 논의한다는 생각으로 언론에 알려지지는 않았다. 이 자리에서 상담소쪽은 고용허가제에 초점이 맞추어진 민주노총의 이주노동자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정부가 이주노동자 인권문제와 송출비리 등을 개선하기 위해 고용허가제를 도입했지만, 실제로 달라진 게 없으며 오히려 인권침해 등이 더 심해졌다고 비판하면서 고용허가제를 당장 폐지하고 노동3권과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는 노동허가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상담소쪽은 이에 대해 정부가 2007년 1월 1일부터 산업연수생제도와 고용허가제를 일원하겠다고 하면서 내년 12월 31일까지는 산업연수생제도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고용허가제를 폐지하자고 하는 것은 결국 산업연수생제도가 부활할 빌미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담소 관계자는 “산업연수생제도를 유지하고자하는 세력의 힘은 의외로 강하고 광범위해서 지금 확실하게 없애지 않으면 언제 다시 산업연수생제도가 강화될지 모른다”며 “보수 기득권층에서 고용허가제의 시행을 비판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민주노총까지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상담소-“산업연수생제 부활 빌미”

이 관계자는 이어 “산업연수생의 체류기간이 3년이기 때문에 2007년부터 고용허가제와 산업연수생제도를 일원화하기 위해서는 올해부터 산업연수생의 도입이 중단되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올해 하반기 외국인력 도입계획을 공고하면서 산업연수생 7000여명을 추가로 도입하겠다고 밝혔고 이는 연수생제도로 득을 보는 중소기업청 등의 의도대로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상담소쪽은 현재 고용허가제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지금 당장 산업연수생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즉 고용허가제가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산업연수생제도 폐지에서 노동허가제로 가는 완충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상담소쪽의 지적에 대해 이주노동자정책과 관련해 서로 의견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고 앞으로 노동허가제라는 큰 목표를 공유하면서 협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현재 전국적으로 대표적인 이주노동자 단체에는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이주노동자인권연대가 있는데 이중 이주노조와 인권연대는 민주노총과 같이 움직이고 있지만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가 속한 외노협은 정책이 조금 다르다”면서 “쉽게 정리가 될 부분은 아니지만 애초에 외노협이 주장한 것이 노동허가제였던 만큼 앞으로 궁극적인 목표를 노동허가제로 잡고 각자의 사업을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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