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떠있어도 실제로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청맹과니이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그 기능은 시각장애인이나 다름없이 앞뒤 구분도 못한다. 어디로 가야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가 그렇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겉으로는 멀쩡하기 때문이다.

만약 청맹과니가 여러 사람들을 이끄는 처지나 지위에 있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눈은 떠 있어도 앞을 못보는

그가 이끄는 사람들의 안녕과 행복이 그의 판단에 달려 있는데, 그는 사실 앞을 보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불행해 지지 않을까.

최근의 청맹과니는 미국의 부시대통령이다. 뉴올리언스를 휩쓸고 지나간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부시 대통령이 청맹과니였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피해 복구에 늑장 대응했다는 비난을 받은데 이어 뉴올리언스의 둑이 무너지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해 수년간 둑의 붕괴를 경고해온 전문가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카트리나가 멕시코만을 강타할 것이란 예보가 나온 상황이었지만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은 휴가를 계속 즐기고 있었다고 한다. 미국인의 슬픔은 천재지변인 카트리나 때문이라지만 정작 미국인의 분노는 청맹과니 대통령과 그 참모들의 무책임과 부적절한 처신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지금 학교는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이다. 대학입시 스트레스는 줄어들지 않고 있어 초등학생들까지 학습경쟁에 내몰려 영어, 수학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불안한 상태까지 다다르고 있다.

중학생들도 대부분 학생들이 입시학원에 다니며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에는 새벽 두 시까지 학원에서 시험공부를 강요당하는 지경이다.

고등학생들이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마산, 창원, 진주 등 경남도내 도시지역 학교 교사들의 수업시수는 전국에서 가장 많아 교사들은 제대로 된 수업 준비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과중한 수업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폭력, 성폭력의 문제는 끊이지 않는데, 이런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교사들은 수업과 각종 행정업무 처리에 너무 지쳐 있다.

잘못된 승진제도의 문제는 이 와중에도 승진에 눈이 먼 일부 교사들은 시범학교니 연구보고서니 하면서 학급운영이나 교과협의, 생활지도 등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활동을 펼치는 데에는 관심이 없어 뜻있는 교사들의 의지를 꺾고 있다.

아이들의 꿈은 어디엡

상황이 이렇다면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경남교육청은 이렇게 답한다. 입시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면 미리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등학교 일제고사, 필요한 것 아닌가.

중학교 3학년 학업성취도평가 1% 표집만으로는 부족해, 아예 전체 학생들을 몽땅 시험 보게 하면 좋겠네. 학교폭력, 그렇지. 친구의 날 정해서 하루 동안 ‘친구야 사랑한데이’라는 말 한 마디씩 하게 하면 되는 거지. 수업 많은 건, 중앙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니 우리가 뭐 고민한다고 해결될 것은 없지. 힘들지만 어떻게 하겠나, 선생님들이 좀 고생해야지.

교육청의 충정을 내가 너무 몰라주는 것 아닌가.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너무 희화화하는 것 아닌가. 나는 교육청이 나의 이 글에 대해 분노했으면 한다. 그리고 나의 이러한 지적이 잘못된 것임을,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임을 알게 하는데 그 분노를 이용했으면 한다.

다시 말한다. 경남교육청은 청맹과니 아닌가. 아니라면 제발 내 질문에 답 좀 해 주시라.

방과 후 운동장에 놀고 있는 아이들이 있는가. 아이들의 꿈은 어디에 있는가. 그 꿈을 어떻게 아이들의 마음속에 품게 할 것인가. 점수 신경 안 쓰고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생활하는 교사들이 더 많아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가,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으로 안내하고 있는가?

/양태인(전교조경남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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