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이 든 부자의 최고급 승용차가 주행 중에 고장이 났습니다. 기사가 차를 수리하는 중에 부자는 따가운 햇볕을 피하러 가다가 나무 밑에 책을 읽으며 한가로이 쉬고 있는 청년을 보았습니다. 부자는 그를 보고 “이 귀중한 시간에 젊은이가 빈둥대다니 참으로 한심하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청년은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라고 물었습니다. 부자는 “당연히 열심히 일을 해야지”라고 말했습니다. 청년은 다시 “열심히 일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부자는 “일을 하면 통장에 돈을 두둑이 저축할 수 있소”라고 대답했습니다. 청년은 다시 “왜 통장에 돈을 두둑하게 저축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부자는 “돈이 있으면 늙어서 편안히 쉴 수 있소”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러자 청년은 미소를 지으며 “돈이 있으면 늙어서 편안히 쉴 수 있다고요.

대부분 결과만 추구하며 살아

나는 오늘 나의 꿈을 위한 하루 일을 무사히 마치고 지금 편안히 쉬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에 ‘밤의 인생’과 ‘양파의 인생’이 있습니다. 밤의 인생은 결과를 중요시하고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밤을 먹기 위해 바깥의 가시와 단단한 속껍질을 벗겨내어야 합니다. 이에 비해 양파의 인생은 과정을 중요시합니다. 양파는 껍질 하나가 알맹이요 결과이고 목적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밤의 인생, 즉 결과를 추구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대학 입학 전까지는 입시를 위해, 대학시절은 학점과 취업, 직장에서는 승진, 그리고 행복한 결혼과 좋은 집과 멋진 자가용을 위해 노력합니다. 자녀를 낳으면 다시 입시와 결혼 등에 시간과 돈을 투자합니다. 그러나 이러는 과정에서 삶의 과정에서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삶의 의미가 상실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삶은 현재입니다. 유년, 청소년, 장년, 노년시절은 그 자체가 양파의 껍질처럼 다른 시기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인생은 여행입니다. 과정을 즐기는 것입니다. 돈을 더 많이 벌어야, 더 높이 승진해야, 더 좋은 집에 살아야, 더 많은 점수를 따야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 여기서 행복할 수 있는 마음의 평화와 여유가 없다면 우리가 목표한 것을 달성하더라도 기대한 대로 행복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비교지향적인 사회풍토 속에서 우리는 새로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아직도 못 가진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또다시 지금 즐길 수 있는 행복을 미래로 미루기 때문입니다.

과정 즐기며 행복 추구해야

밤의 인생은 결과를 즐기는 삶(result enjoy)입니다. 그러나 상당수의 사람들이 결과에 집착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다가 마음의 평화를 잃고 불행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의 꿈을 꾸었던 닉슨과 클린턴은 대통령의 꿈을 이루었지만 도청과 스캔들이라는 일탈행위를 초래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놀라운 성공을 이루었지만 마음의 평화와 진정한 만족은 얻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보험금을 타기 위해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가치인 가족을 살해한 사건도 돈이라는 결과에 눈이 먼 경우입니다.

이에 반해 양파의 인생은 과정을 즐기는 삶(process enjoy)입니다. 과정을 즐기는 사람은 ‘직업이 무엇인가?’보다 ‘그 직업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얻는가?’를 중시합니다. 단적으로 말해 만족하지 못하는 의사보다 만족한 풀빵장수를 택하는 삶입니다. 밤의 인생은 성공을 추구하고 양파의 인생은 행복을 추구합니다. 그런데 성공에는 끝이 없습니다. 국회의원은 장관을, 장관은 국무총리를,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욕심냅니다. 아무리 높은 성공이라도 행복을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양파의 인생에서는 마음먹기에 따라서 지금 여기서도 행복이 가능합니다. 일등이 아니라 꼴찌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경쟁사회에서 성과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성과에 집착하면 더 중요한 가치인 행복이 파괴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추구해야할 진정한 삶은 성과를 추구하되 집착하지 않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과정을 즐기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수원(창원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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