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취미로 몇 가지를 수집하고 있다. 우선은 대학시절부터 모아온 라이터, 대중가요를 좋아하다 보니 한 두장 씩 쌓이다 지금은 몇 백장이 된 LP(Long Player)음반, 그리고 프라모델(플라스틱 모형)과 양철이 주종인 장난감이다. 수집은 애착과 집착이다. 남들이 유난스럽게 보는 것도 괘의치 않으며, 그걸 닦고 기름칠하고 진열해 놓는 그때의 시간만큼 수집가들에게 즐거운 평화는 없을 것 같다.

여기서 수집품들에 대한 자랑을 조금 늘어놓으려 한다(이건 수집가들의 공통된 습성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라이터는 꽤 희귀품들이 있다. 부싯돌라이터에서부터 베트남전 지포는 물론 컬렉터용 라이터들로 백 몇 십개는 될 것 같다. 라이터 수집은 최근 담배를 끊어버리는 바람에 시들해졌다.

구하려야 구할 수 없는 물건들

LP음반은 할말이 많다. 지금이야 CD와 mp3에 밀려나버렸지만. 여기서 잠깐, 혹 집에 방치해둔 LP음반이 있으면 잘 살펴보시길 바란다. 우리네야 LP음반을 장식쯤으로 여길지 모르나 일본인들의 우리나라 가요 LP사랑은 유별나다. 이미 오래 전부터지만 이미자 씨의 ‘동백아가씨’초판이나 신중현 씨의 작·편곡 작품들 같은 경우 싹쓸이 해갔다. 이 때문에 한때 <신중현과 더맨>, <신중현과 엽전들> 같은 판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또 그가 작곡한 곡을 부른 김추자, 박인수, 김아영, 김정미 씨 같은 판들도 일부는 희귀품이다. 물론 70년대 통기타시절의 음반들은 아직도 좋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소위 가요수집가들에게 신중현 씨 음반은 물론 싸이키델릭한 목소리의 주인공인 김정미 씨의 자켓 <NOW>, <바람> 등은 갖추어야 했다(그러나 LP음반수집의 매력은 뭐니 해도 그 시절의 음악과 추억을 함께 맛 볼 수 있다는데 있다).

마지막으로 장난감이다. 프라모델은 누구나 어릴 때 동네 문방구에서 한번쯤 사보고 조립하고 했을 것이다. 중학교 시절정도를 지나서도 프라모델을 만지고 있으면 “네가 애냐? 장난감가지고 놀게?”라고 핀잔을 한번쯤은 들었을 게다. 그걸 아직 모으고 있다. 프라모델 수집의 단점은 공간을 지나치게 많이 차지한다는 것이다. 식구들의 눈치를 보다 결국 사무실 숙소로 모두 옮겼다. 프라모델과 함께 가지고 있는 양철장난감(틴토이 라고도 한다) 중 촛불로 증기를 가열시켜 ‘똑딱 똑딱’ 소리를 내며 물위를 가는 ‘양철초배’는 보물 제1호다. 단언컨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양철초배 종류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소중한 지면을 개인적이 이야기로 채워 죄송하다.

그러나 여기에 몇 가지 의미를 말하고 싶다. 위의 3종류 수집품들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모두 단종 된 상태라는 공통점이 있다.

컬렉터라이터를 제조하던 L사의 경우 사실상 부도 상태다. 이 회사 제품은 국내외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신제품을 기다리며 예약을 해놓고 생산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집가들의 수요만으로는 타산이 맞질 않았던 모양이다.

LP음반은 언론에도 보도되었듯 지난해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서라벌레코드가 문을 닫음으로써 더 이상 국내에서 생산되는 LP는 없다. 그럴 것 같았으면 희귀 음반들 재발매 음반들이라도 조금 더 찍어내고 닫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가상 세계에서만 놀아서야

프라모델은 아카데미 과학만이 사실상 유일하게 지키고 있다. 성업했던 제조업체들과 수출까지 했던 금형 기술들은 사양화되었다. 모형기차제조업체인 삼홍사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회사다. 한때 세계시장의 60%까지 장악했다는 통계도 있다. 지금도 삼홍사의 모형기차는 이베이에서 몇 백만원을 호가하며 수집가들의 표적이 되고있다. 그러나 삼홍사는 ‘고가장난감’의 편견이 어려웠는지 오래 전 다른 업종으로 바꿨다.

요즘 슬슬 화가 난다. 장난감이나 컬렉터의 시장이 급속히 거대해지고 있다. 국내시장규모는 10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먹고 살만 하기도 하거니와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장에 우리기술이 없다. 유럽은 다시 LP가 유행이다. 캐릭터나 작동완구는 온통 일본, 독일, 미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혹자는 IT강국을 자랑만 할 것은 아니라고 한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온통 가상의 세계에서만 놀이문화를 가진다는 것이다.

장난감시장에서의 제조기반은 완전히 복구불능이다. 컴퓨터로부터 아이들을 끌어내려야 한다. 프라모델을 만들어보는 것,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 속에는 실물의 원리가 있고 기초지식이 있다. 그 아이들은 훗날 우리나라의 제조동량이 될 수도 있다. 그 아이들이 복구시켜주길 기대하는 것이다(아이들에게 프라모델 사주세요).

/이원우(주식회사 이엔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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