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우수학생을 뽑아 대입 준비를 시키는 공립학원을 운영해 말썽이 일고 있다. 합천군에서는 우수인재양성과 인구유출을 막는다는 이유로 방과 후 중3과 고3학생 120명을 뽑아 종합교육회관에서 서울과 대구 등 대도시 유명학원 강사를 초빙, 무료로 ‘공립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함양고에서는 교사들이 퇴근 후 학교에서 유명학원 강사들이 입시지도를 하는가 하면 산청군청에서는 학원설립을 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지자체의 공립학원설립은 경남뿐만 아니다. 전북 순창군에서는 기숙형 공립학원인 ‘옥천인재숙’을, 전남 곡성군에서는 ‘고등학생 아카데미’를 운영하는가하면 경북 고령군은 올해 겨울 ‘영재교육원’(가칭)을 열 계획이다.

군민이 낸 세금으로 소수의 우수학생에게 특혜를 베푸는 공립학원운영은 지역사회를 살리는 길이 아니다. 일류대학을 나와야 장래가 보장되고 사람대접 받는 풍토와 학벌사회가 만든 무한 경쟁에 지자체가 가세해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 2003년 사천시와 경기도 김포에서 시도했던 우수학교 설립방침과 무관하지 않다. 지자체의 공립학원설립 흐름은 교원의 지방직화와 자립형 사립고설립확대 등 교육의 상품화 정책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에 편성해 지자체가 입시위주의 파행적인 교육을 부추기는 공립학원을 설립,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가 공립학원을 운영하면 인재양성과 인구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인구유출은 거점개발방식과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이 낳은 결과지 지자체가 학원을 만들지 않아서 나타난 결과가 아니다.

일류학교를 놓고 무한경쟁을 벌이는 인재양성이란 공교육을 파행으로 몰고 가는 교육파괴요, 개인 출세시키기다. 우수학생 선발에 탈락한 학생은 누군가? 장래 지역사회에 남아 일할 이들에게 패배감이나 좌절감을 갖게 한다는 것은 지자체가 할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교육자치를 선도해야할 자치단체가 소수학생에게 특혜를 베풀고 다수학생에게 열패감을 심어주는 공립학원운영은 재고되어야 한다. 수월성을 추구하는 공립학원을 우수인재양성이나 인구유출방지라고 강변해서는 안 된다. 기득권의 세습화를 정당화시키는 교육의 상품화정책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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