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의회 의장 보궐선거과정을 지켜보면서 세간의 논의가 본질을 비켜간 감이 있어 아쉬움이 많았다. 즉, 세계화시대 국제도시임을 자부하는 창원시의회의 의장이 수행해야 할 직무수행능력이 의장선거 논의의 핵심이 되어야 했으나 도덕성시비에 가리어 선거과정에서 논외가 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지방의회 의장의 자격 요건

기관대립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 지방의회는 지방정부의 최고의사결정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가진다. 지방의회는 지방법인 조례를 만들고 개폐하며, 지방 살림에 대한 계획인 예산을 심의·의결한다. 뿐만 아니라, 행정사무감사와 조사 등을 통해 집행기관에 대한 감시와 통제기능을 수행한다. 이 외에도 지방의회는 각종의 의결과 결의를 통해 지방정부의 정책전반에 대해 폭넓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실로 지방의회는 막중한 책무를 맡고 있는 기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지방의회의 각종 기능은 지방의회의 의사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그 중심에 지방의회 의장이 있는 것이다. 지방의회 의장은 의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회의장 내의 질서를 유지하고 의회의 사무를 감독한다는 법적 규정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방의회 의장이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사무실과 판공비, 차량 등 각종의 예우를 제공받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원 유급제가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이러한 예우가 더 강화될 것이다.

지방의회 의장의 이러한 직무를 고려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그 직무를 잘 수행할 능력이 부족하면 감히 도전해서는 안 될 자리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는 늘 과열되었다. 선거 이후에는 불법·탈법 등 법적인 문제가 불거져 지방의회 의장의 사퇴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당선 이후에 의장의 직무와 관련하여 능력부족으로 물러나는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법적으로 또는 도덕적으로 문제만 없다면 직무수행능력 그 자체에 대해 책임을 따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이는 비단 지방의회 의장에 국한되는 현상은 아니다. 이 나라 정치지도자 모두에 해당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출직의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경시되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그렇다면 넓게는 우리나라, 더 직접적으로 경남의 지방의회 의장은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인가. 이점에 초점을 두고 지방의회 의장의 직무수행을 감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개방적 리더십’ 얼마나 있나

무엇보다도 지방의회 의장은 정치적 통합능력을 갖출 것이 요청된다. 지방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다양한 이해를 종합하고, 지방의회 내 다수의 정파와 개별 의원들의 상반된 의견들을 통합하여 제한된 자원으로 산출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둘째로, 철학과 비전제시능력이 요청된다. 비록 지방의회가 당해 정부의 운영에서 집행기관에 비해 수동적이고 정책주도성이 뒤진다 하더라도 세계화시대에 지방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철학에 바탕을 둔 비전제시능력도 필요하다. 지방의회 의장에게 지방정부 운영에 대한 철학과 비전제시능력이 없으면 지방의회는 집행기관의 행정 수행을 합리화 해주는 값비싼 들러리로 전락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셋째, 식견과 정부운영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다. 행정은 점차 고도화, 복잡화되고 있는데 이를 견제할 지방의회, 특히 이를 이끌고 있는 지방의회 의장이 정부운영에 대한 식견과 정부운영에 대한 나름의 전문성을 가지지 못한다면 의회의 본질적인 기능수행은 어려울 것이다.

넷째, 정부운영에 대한 경영마인드가 필요하다. 초일류의 지방정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체장뿐만 아니라 지방의회 의장도 경영마인드를 가질 것이 요청된다. 세계화의 핵심적 내용중 하나는 세계일류를 추구하는 것이고, 이는 지방정부의 경영화를 통해 가능한 것이다. 이밖에도 지방의회 의장이 갖추어야 할 능력은 많다. 성실성과 도덕성, 청렴성은 기본적으로 요청되고, 개방적 사고로 의회를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볼 때, 경남의 지방의회 의장은 몇 명이나 자격을 갖추고 당선되었을까? 최근 관련법 개정으로 지방선거에 대한 중앙정치인의 공천범위가 확대되고, 이로 인해 지방의회에 대한 장악력이 커졌는데, 이를 이용하여 혹여 능력미달의 의원을 의장으로 당선시키는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까 하는 경계가 요구된다.

/송광태(창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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