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사가 실수를 하면 새로운 머리 스타일이 생기고 재단사가 실수를 하면 새로운 패션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실수를 하고 정권이 실수를 하면 어떻게 될까, 이는 국민만 골탕 먹는다.

전임 김대중 정부가 곶감 빼먹듯이 다 빼 먹은 부동산정책, 지방은 안중에도 없고 빈부격차만 가속시켰던 정책들 때문에 지금의 참여정부가 골탕을 먹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래서 참여정부는 조금 억울할 것이다. 임기 중 43번이나 부동산 정책을 바꾸다 결국 실패한 전임 대통령의 잘못된 전철은 밟지 말아야 한다.

한달 한번꼴로 쏟아지는 대책

하지만 지금도 한달에 한번 꼴로 쏟아내는 부동산대책을 볼 때, 누구를 나무랄 일도 아니다. 설익은 대책을 남발하다보니 웃지 못 할 해프닝까지 생기고, 서둘러 박수를 받고자하는 일에 국민적 대응은 갑론을박이다.

정말 이대론 안 된다.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어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도 될까 말까한 형국에 부동산 문제 때문에 온갖 정치권이 ‘옳다’ ‘아니다’ 를 갑론을박하고 국민들끼리 ‘부자다’ ‘아니다’ 를 놓고 쌍심지를 켜는 일은 정말 볼썽사납다. 더구나 약자를 위한다는 정책이 약자를 더 힘들게 한다면 그건 정책이 아니다. 알면서도 바꿀 생각을 안 하면 그건 더 큰 죄악일 뿐이다.

무차별 세금공세로 서민들만 고통을 키우고 있다. 당장 우리지역만 보더라고 아파트 재산세가 지난해에 비해 엄청나게 올랐다. 7월에 한번 냈고 9월에 또 한번 그 만큼 또 낸다. 받아오는 월급봉투는 얇은데 세금으로 나가는 돈은 더 늘어나기 때문에 피곤할 뿐이다. 서민들은 자녀 학교와 일터 때문에 이사할 처지도 못된다. 모처럼 생활여건이 좋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지만 세금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한국 땅을 팔면 프랑스나 캐나다 같은 나라를 5~6번씩 사들일 수 있고 세계 최대 부국인 미국 땅도 절반 이상 거둬들일 수 있다. 이처럼 땅값이 풍선처럼 부풀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한낱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는 이유는 다 이해가 간다. 사유재산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선 정부개입이 불가피하다는 것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더구나 다주택 보유자의 중과세는 투기억제와 ‘내집 마련’ 기회 확대 같은 명분에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실수요자 피해없도록 해야

하지만 세금을 많이 물린다고 빈부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만 잡는다고 경제가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것은 더 더구나 아니다. 문제는 실수요자의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가 죽으면 그 병균도 따라 죽는다. 하지만 그걸 치료라고 부를 수는 없다. 부동산 극약처방으로 부자들이 망하고 서민경제가 죽어버린다면 그걸 부동산 값 잡았다고 자랑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막무가내라 하더라도 일의 대소와 선후, 그리고 경중은 분간할 줄 알아야 한다. 곧 나올 8·31 부동산대책에서도 위헌소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는 1가구 2주택 양도세율 상향 조절 등 연일 세금 폭탄을 퍼붓고 있다. 세금이 무서우면 빨리 집을 팔라는 메시지이다. 현재 1가구 2주택 가구수는 전국적으로 158만 가구에 달한다. 이들이 실제 주택을 팔 경우에는 신도시 몇 개를 건설하는 것 보다 효과가 더 나을 수도 있다. 문제는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지금 국민의 재산권에 칼을 대는 정부에 대해서 원망이 하늘을 찌른다. 한편 ‘잘 한다’고 박수치는 사람도 많다.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어느 하루 조용한 날이 없는 참여정부도 이젠 반환점을 넘어선 것 같다. 약발이 먹힐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다고 너무 서둘러 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아무리 바빠도 행선지를 정해 놓고 뛰었으면 한다. 내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자들이 수급불균형에 더 이상 조급증을 부리지 않도록 말이다.

/정상철(창신대학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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