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주민들의 민원으로 가로수의 중간부분을 절단했던 함안군 군북면사무소는 지난 22일 결국 가로수의 밑동까지 잘라 버렸다. 메타세쿼이아는 빨리 자라는 속성수여서 자연 그대로 키울 수가 없고, 매년 2m 정도의 높이로 관리할 계획이라던 면사무소의 계획은 거짓말이 되어 버린 것이다.

군북면은 지난 3월 국도 79호선 면소재지 가로수 130여 그루를 상가주민들의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과 나뭇가지가 전선에 닿으면서 합선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2m정도의 높이로 절단했다. 흉물로 변해버린 가로수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발이 거세어지자 면사무소는 현재의 높이에서 새로 돋아나는 가지로 가로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그 증거로 지난 해에 몇 그루를 이렇게 정비한 결과 한 해에 새로 돋는 가지만 해도 가로수 역할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면사무소의 주장과 달리 지난 여름기간 동안 상당수 가로수는 잎이 나지 않았다. 130여 그루 가운데 꼭대기에 잔가지와 잎이 무성한 나무는 20여 그루에 불과했고, 나무둥치 옆으로 잔가지와 잎이 난 나무는 30여 그루에 그쳤으며 나머지의 경우 잔가지는 없고 잎만 조금 돋아 있거나 아예 잎조차 없어 사실상 가로수의 기능을 상실했다.

결국 지난 22일 군북면은 오는 11월 착공되는 하수종말처리시설과 연계한 인도 굴착공사에 대비, 22일 인부를 동원해 가로수를 모두 베어내는 작업을 벌였다. 나무 제거에만 이중의 예산을 들인 꼴이 되어버렸다.

군북면이 시가지 가로수를 선정할 당시부터 나무 특징을 고려하지 않고 심은 것은 근본적인 잘못이다.

그렇지만 이식을 고려하지 않고 나무의 중간부분을 절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중간부분을 절단하고도 가로수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다가 결국에는 밑동까지 베어버려 예산을 낭비하는 것은 잘못된 행정의 표본이다. 상가주민들의 민원도 중요하지만 아름드리 가로수가 주는 경관은 지역이미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전문가와 지역주민의 의견을 바탕으로 면밀한 검토를 통하여 도시의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수종이 선택되길 기대해 본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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