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느닷없이 불어닥친 태풍 매미는 추석연휴기간 넉넉하고 한가롭던 사람들을 아비규환의 지경으로 몰아넣었다. 전국적으로 130여명의 사망·실종자를 냈고, 피해액만도 4조원이 넘었다. 특히나 마산의 경우 어시장은 초토화되다시피 했으며, 해운동 해운프라자에선 8명의 사망자를 냈고, 신마산병원 및 두산아파트도 엄청난 해를 입었다.

그로부터 2년이 가까워오는 지금, 만일 그같은 상황이 재연된다면 당시와는 180도 다르게 기민하게 대응하여 인명 및 재산피해를 최소화시킬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마산시는 방재시스템을 구축했고, 곳곳에 대피지도도 붙여놓는 등의 대응을 하고 있다. 건물에 따라서 차수문을 설치하고 재난대피요령도 숙지했다고 장담하고 있다. 기상청도, 방송도 재난에 대비한 대대적인 장비를 구축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재난은 언제나 새로운 법칙을 만들어내며 다가오기 때문이다. 재난예고에서부터 대피 이후까지 면밀한 준비가 없이는 언제나 인재일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다. 과연 기상청의 재난예고는 정확할 것인가. 일기예보조차 틀리는 경우가 잦음에 비추면 이 또한 안심하기 힘들다. 기상청의 예보가 맞다고 한들 필요한 지역과 사람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것인가. 기상특보는 불특정다수의 보편적인 예보만으로는 부족하다. 지방방송사가 과연 해당지역에 맞는 가공된 정보를 예보할 수 있을 것인가. 기상청의 보편적 정보에만 의존해서 특보의 취지가 살 것인가. 또 특보방송을 위한 지원과 장비는 충분한 것인가. 모두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재난방송과 동시에 행정기관도 발빠르게 협응할 시스템은 또 어떻게 구축되어있을까. 대피소안내문만 붙여놓은 것은 아닌가. 대피요령을 주민들에게 숙지시키고, 대피훈련이라도 실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주민들의 생활태도 또한 재점검돼야 한다. 평소 재난시 대피할 최소한의 짐보따리 정도는 꾸리고 있어야 하고, 가족간 연락체계도 세워놓아야 하며, 대피의 필요성이 생길 때 가야할 곳을 평소에 확인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재난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는다. 곧 태풍의 계절이다. 준비된 자 만이 재난을 이길 수 있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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