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기주의 합리성을 결여한 망국적 지역정서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 폐해에 대해 공감은 하면서도 실천적 성찰은 아직까지 미흡하기 짝이 없다. 특히 그 같은 지역성이 정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이기주의에서 비롯돼 정치통합은 물론 정치선진화를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인데 반해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에만 경도된 나머지 이를 악용함으로써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국가적 과제와는 역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6월 국회가 통과시킨 개정 선거법은 그 골을 더욱 악화시킨 개악적 입법행위임을 부인할 수 없다.

기초단체장에 이어 기초의원에게까지 정당공천을 허용한 선거법은 정당별 지역구도를 심화시킬 뿐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에서 나타나고 있는 한나라당 입당대열은 그 동안 수면 밑에서 거론되었던 우려가 수면위로 떠오른 구체적인 예다. 호남이나 그 외의 지역에서는 정반대의 양상이 일어나고 있는 느낌도 없지 않은데 말단 세포조직인 기초의원까지 가세함으로써 정치적 지역구도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기세다.

이대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공천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과 반목으로 사회적으로 겪어야 할 후유증은 충분히 예상되고도 남는다. 이와 함께 칼자루를 잡고 있는 지역국회의원들이 지방정치를 좌지우지함으로써 지방 자율성을 해치게 될 것이다. 이 결과 정책정당은 사라지고 지역이기심에 근거한 지역정당이 뿌리를 내려 국론분열을 가속화시킬 염려마저 크다. 주류 정당들의 정강과 정책 및 이념이 전국적으로 골고루 균형을 이루어 정치적 보편성을 유지해야 건강한 정치가 된다는 기본 가치관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공천제는 폐지해야 마땅하다. 국회가 필요성과 긍정성을 검토한 후 도입했다고 하나 폐단이 더 크다면 여론을 수용하는 대승적 자세를 찾아야 할 것이다. 지역별로 특정 정당이 싹쓸이하는 현 정치수준에서 정당공천이 야기하는 역효과는 예사로운 것이 아니다. 지역주의를 극복한 이후에야 논의 될 수 있는 문제다. 주민 의식도 달라져야 한다. 정당이나 타 지역에 대해 갖는 배타심을 버리고 대국적 견해로써 정치상황을 관조하는 여유를 되찾아야할 것이다. 군중심리에 편승한 무조건적인 반사작용으로는 더 이상 정치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뿐더러 나라 발전까지 막는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