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경 지음ㅣ열림원

그녀를 닮고 싶다. 나처럼 보라색을 좋아한다던 그녀. 열에 들떠 강의를 듣고 연예인 쫓아 사인 받는 아이들처럼 용기 내어 사인을 받았다. ‘玄鏡’ 전 세계를 무대로 ‘살림이스트’의 복음을 전도하는 전도자. 유니언 신학대학의 종신 교수이면서도 참선하는 스님이고 네팔의 사막을 걷는 순례자가 되기도 하는, 무녀이자 에코 페미니스트. 생명과 우주와의 무한대적 사랑을 하는 그녀에게서 신을 본다. 내 스스로가 여신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하면서 무한하게 가슴이 뛴다.

그녀의 강의를 들은 날 일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말하던 자유의 한 토막을 찾아 맨발로 산 속을 걷고 싶어졌다. 아직도 그것 하나를 못하는 자신을 위로하며 서점에 가서 책을 찾았다. 누군가가 먼저 와서 사 가버렸단다. 그래. 그 누군가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겠지. 그를 만날 수 있을까? 책을 앞에 두고 여신에 대한 사랑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특별주문을 하여 책을 샀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강의 듣던 순간의 환희가 되살아난다. 단숨에 읽어버리기 아까워서 여신의 10계명 중 1계명씩 읽어 내기로 한다. 어린 날 서울서 온 친척이 사다준 웨하스 한 곽, 그 환상의 맛을 즐기는 마음이랄까. 동생들 몰래 장롱에 넣어두고 하나씩 꺼내 먹을 때 느꼈던. 달콤하다. 행복하다. 힘이 난다. 옹차게 살고 싶다.

‘네가 사랑과 감사의 눈으로 삶을 바라보게 될 때 삶은 기적이 돼.’그녀의 속삭임이 살아 홀로 앉은 공간을 맴돈다. 행간마다 여운이 짙어 계속 읽어 내려 갈 수가 없다. 연애편지처럼 읽을 수밖에 없는 사랑의 언어들. 가부장적 자본주의를 향해 날리는 비판의 칼날. 화해의 몸짓들을 신나는 굿판을 이끌어 가듯 쏟아 놓는다.

한국 사회 속에서 페미니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그녀는 297세대에게 희망을 건다. 지금 20대이면서 9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70년대 이후에 탄생한 그들에게서는 가부장제 인습의 중독성이 옅어졌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30대 이상은 독서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발상이 재미있다.

온갖 생명을 향한…우주를 향한, 사랑 굿

그녀가 제시하는 대안 ‘살림이스트는 마술사. 혁명가. 여신처럼 모든 것은 만짐. 그녀가 만지면 모든 것이 웃고, 자라고, 태어나면서 생생하고, 색깔 있고, 살아나게 됨’. 세상의 모든 여성에게 해당되는 메시지이다. 그들이 함께 평화를 노래하며 살림이스트가 되었을 때 모든 죽어가는 것들이 살아나고 화해하고 상생한다. 그러기에 여성 스스로 여신임을 인정하고 그 본성대로 온갖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하자는 인류애적 사랑고백은 삶에 지쳐있는 세포들을 하나씩 되살아나게 하는 힘이 있다. 고통스럽고 아프기 때문에 인생이듯이 죽어가는 것조차 아름다울 수 있는 것 또한 인생이다. 굿을 하듯, 명상을 하듯 책을 읽었다. 한 줄 한 줄 행간에 차고 넘치는 생명력으로 인해 거실을 서성이다가 충만해오는 에너지를 모아 명상에 잠겨 보았다. 그녀를 닮고 싶다. 내가 되고 싶다. 여신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박덕선(논술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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