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앙수사부(김대웅 검사장)는 4·11총선 당시 안기부가 통치자금 차원에서 관리해 온 ‘모계좌'에서 1050억원 가량의 거액이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검찰은 안기부 관리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의 대부분이 당시 신한국당 의원들에게 선거자금 명목으로 전달된 혐의를 포착, 빠르면 금주부터 관련 전·현직 의원들을 차례로 소환, 조사키로 했다.



안기부가 제공한 선거자금을 받은 당시 신한국당 의원들은 30여명선으로 1인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들은 “돈의 성격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안기부 관리 계좌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당시 안기부 기조실 등에 근무했던 전직 간부들을 최근 소환 또는 출장 조사했으며 권영해 전 안기부장 등도 소환 여부를 검토중이다.



권씨의 한 측근 인사는 이날 “권 전 부장이 목 디스크 때문에 자주 병원을 찾고 있으며, 오늘은 오전 10시께 지방에 볼일이 있어 다니러 갔다”고 말했다.



검찰은 안기부가 구 여권에 4·11총선 당시 선거 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 직원들을 안기부법 위반 등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그러나 당시 신한국당 의원들은 선거자금이 안기부 돈인지 모른 것으로 파악된데다 정치자금법 공소시효(3년)가 만료되고, 정치자금법 개정 당시 98년 이전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기로 한 점 등에 비춰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검찰은 경부고속철 차종 선정과정에서 로비스트로씨로부터 4억원을 받은 혐의로 황명수 전 의원 등 정치인 2명도 조만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현재 선거자금 제공혐의를 받고 있는 안기부 고위 간부들과 고속철 로비자금 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구 여권 정치인 등 10여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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