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개사에서 하락…국가별 순위도 6위서 9위로 밀려

세계 500대 기업에 포함된 한국기업이 지난 6년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기업과 글로벌 톱10 기업과의 격차도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7일 창원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대한상의가 ‘글로벌 5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500대 기업 중 국내기업은 지난 2000년 12개사에서 2003년 13개사로 늘어났다가 올해는 11개사로 줄었다. 이에 따라 500대 기업의 매출에서 국내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5년전 1.9%에서 1.86%로 소폭 하락했으며 국가별 순위도 6위에서 9위로 밀려났다.

반면 중국과 네덜란드는 각각 6개가 늘어나 500대 기업이 16개와 14개로 우리나라를 추월했으며, 인도는 4개가 새로 포함돼 국가경제의 높은 성장세를 반영했다.

장기침체를 겪은 일본은 107개에서 81개로 26개나 줄어 최다 감소국이었으며, 미국과 영국도 각각 3개 기업이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500대 기업의 증감이 국가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높은 시장점유율과 기술·인력 등을 갖춘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이 해당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500대 기업을 업종별로 보면 석유 및 정유·은행·유통·보험·자동차 등 전통산업이 여전히 세계경제의 주력업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5대 업종에 500대 기업의 거의 절반인 242개가 포진하며 매출의 53.7%를 차지했다.

500대 기업의 전체 매출과 순이익은 지난해에 비해 각각 12.9%·27.1% 증가해 2001년과 2002년의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500대 기업 중 매출과 순이익 1위는 월마트와 엑손모빌이 각각 차지했으며 국내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매출 39위·순이익 14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현대차(매출 92위·순이익 204위)·LG전자(매출 115위·순이익 208위)·삼성생명(매출 251위·순이익 351위)·POSCO(매출 276위·순이익 92위) 등 8개 기업이 지난해에 비해 매출순위가 높아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자업종에서 순이익 1위를 차지하며 2위 지멘스의 2배이상을 기록했으며 POSCO도 철강업종에서 순이익 2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기업의 매출증대로 500대 기업에 진입하기 위한 최소 매출액도 덩달아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최소 매출액은 97억2000만달러였으며 2004년(108억2000만달러)까지 해마다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올해에는 세계경제의 호황으로 124억3000만달러로 급격히 높아졌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의 신규 진입이 어려워지고 400위권 이하인 KT와 삼성물산·SK네트웍스 등의 순위유지도 불확실해 향후 우리나라의 500대 기업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 글로벌 기업과 상위 10대 기업과의 격차는 지난 5년동안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글로벌 10대 기업의 매출이 37.0% 증가해 500대 기업 평균 증가율(32.3%)보다 높았으나 상위 10대 기업의 증가율(52.1%)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상위 10대 기업과의 매출격차가 2000년 6.4배에서 올해는 7.1배로 확대됐다.

특히 국내 11개 기업의 평균자산액은 419억1000만달러로 500대 기업을 5개이상 배출한 15개국 중 인도 다음으로 낮은 수준으로, 자산기준으로 볼 때 국내 대기업은 글로벌기업에 비해 영세기업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의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동안 새로운 글로벌 기업이 탄생하지 않고 있는 반면 중국과 캐나다·네덜란드가 우리나라를 이미 추월했고 호주와 스페인·스웨덴·인도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최근 국가간 경쟁이 글로벌 기업간 경쟁으로 벌어지고 있는만큼 새로운 글로벌 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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