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농민 멧돼지 잡으려 설치 처벌 두려워 사체 땅에 묻어

지리산에 방사됐던 북한산 반달가슴곰 8마리 중 한 마리가 발신기와 인식표를 부착한 채 매장된 상태로 발견됐다.

사체로 발견된 북한산 반달곰은 생후 1년6개월 된 ‘랑림32호’로 명명된 암컷으로 지난 14일 오후 5시께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선에서 1㎞ 떨어진 하동군 화개면 정왕리 목통골에서 농민이 설치한 올무에 걸려 죽은 뒤 땅속에 파묻은 것으로 확인됐다.

▲ 농민이 쳐 놓은 올무에 걸려 숨진 천연기념물 제329호인 반달가슴곰. 지난달 1일 방사된 생후 1년 6개월된 암컷으로 '랑림32호'의 살아 있을 때 모습. /경남도민일보 자료사진
전남 구례경찰서는 16일 자신의 밤 농장에 올무를 설치해 북한산 반달곰‘랑림32호’를 포획한 뒤 암매장 한 혐의(야생동식물 보호법 위반)로 양 모(57)씨를 붙잡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조사에서 양 씨는 “지난해 가을 밤 수확기에 멧돼지 피해를 막기 위해 과수원 주변에 설치한 올무에 랑림32호가 걸려 죽은 것을 발견, 처벌이 두려워 사체를 땅에 묻었다”고 시인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 반달가슴곰팀 관계자는 자연 방사된 북한산 반달곰 8마리 중 ‘랑림32호’가 원거리 활동에 나서는 등 매우 활동적이었다”며 “지난 7일부터 ‘랑림32’의 발신지 추적장치에서 비활동성 모드가 감지돼 경찰과 함께 위치 추적에 나섰다가 14일 오후 5시께 양 씨의 과수원 옆 땅에서 암매장된 ‘랑림32호’의 사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리산에 방사돼 자연 적응중인 반달곰은 북한산 7마리와 러시아 연해주산 6마리 등 13마리로 줄었다.

한편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천연기념물 제329호이자 1급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 50마리를 오는 2012년까지 지리산의 생물 다양성, 생태계 건강성 확보를 위해 방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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